금융감독 당국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상향 조정한 것은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은행들의 새로운 건전성 평가 척도인 신BIS(국제결제은행) 협약의 2008년 시행
을 앞두고 있는데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가격 급등, 환율 하락, 북한 핵 문제 등 대
내외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은행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
자산의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대내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 당국의 판단이다.
이 같은 조치는 결국 은행권의 배당 여력도 감소시키기 때문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거액의 배당을 받는데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들의 가계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높아져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 은행 배당 여력 감소 = 대출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정상' 자산
은 현행 0.5% 이상에서 0.7% 이상으로, `요주의' 자산은 2% 이상에서 7% 이상 등으
로 높아지면 은행들은 지금보다 대손충당금을 2조5천억원 가량 더 쌓아야 할 것으
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액 만큼 순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는 금액도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배당금도 줄어든다.
최근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파기한 론스타가 거액의 배당을 받아 투
자 자금을 회수한 뒤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외환은행의 고배당을 제한하는 셈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출석해 "(외환은행이) 지나친 고
배당으로 인해 은행 자산의 건정성이 크게 저해될 경우 대손충당금을 더 쌓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환은행 뿐 아니라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들이 `배당 잔치'
는 물론 임직원들의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는 이익금도 줄어든게 된다.
◇ 가계대출 간접 억제 = 이번에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상향 조정되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은행들의 가계 대출도 간
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고 이로 인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11.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강화했
지만 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집계 결과, 은행권의 1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조4천억원으로
월별 기준으로 4년8개월 만에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이달 8일 현재 143조5천180억
원으로 11월 말보다 6천61억원이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기준 강화 등 직접적인 규제와 함께 대손
충당금 적립비율의 상향 조정이라는 간접적인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의 억제를 유
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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