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북한은 중간선거 패배로 달라진 미국의 정세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궁지에 몰린 부시 행정부와 이 시점에서 담판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계산이 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전체제 종식 언급 등이 나오는 상황
에서 미국의 진의를 탐색할 필요성도 회담 재개에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국면을 완화할
필요성도 회담 복귀를 앞당겼다는 관측이다. 식량난과 에너지난이 겨울철을 지나면
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 주관국인 중국의 체면을 살려준 이번 회담 복귀는 북한에게 악화된 중
국과의 관계 복원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 회담 복귀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진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을 넓혀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현재의 정세가 자신들에게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6자회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
들 입장을 개진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핵보유국 주장을 펼치면서 '몸값'에 맞는 대우를 요
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굳히고 협상 지위를 격상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회담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특유의 '살라미 전술'(여러 현안을 세분화, 단계적으로 접
근해 협상 이득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달 북미 접촉을 통해 미국이 요구한 선행 조치를 일부분만 수용
하는 대신 다른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역제안'를 내놓으며 공을 다시 미국에 넘길
수 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 해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해제 등이 북한이 요구
하는 반대급부의 우선 리스트에 놓여 있다. 중단된 대북 중유 50만t 공급 재개, 식
량지원 실시 등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 종전협정, 북미관계 정상화 방안을 거론하거나 최근 내놓고 있는 '남한 내
핵 배치' 주장을 공식적으로 펼치면서 자신들의 핵보유를 정당화하며 핵 군축론을
이슈로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기조연설 등을 통해 BDA 문제는 물론 핵보유국
인정 문제, 군축 문제 등을 들고 나와 일종의 압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미국과 거래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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