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을 내세워 1천300억원대의 딱지어음과 수표를 발행해 유통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회사의 당좌계좌에 예치된 자금이 없이 발행되는 딱지 수표는 발행 때부터 부도가 예견됐다는 점에서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이들이 유통한 딱지어음ㆍ수표가 국내 전체 유통량의 7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11일 유령회사 수십 곳을 인수하거나 설립한 뒤 이 회사들 명의로 딱지 어음과 수표를 발행해 유통한 혐의(부정수표단속법 위반)로 김모(50)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자금조달책 윤모(64.여)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달아난 자금조달책 김모(50)씨 등 5명을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4년 9월 하나은행 평창동 지점에서 유령회사인 이북오도기획 명의로 수표계약을 맺고 액면금 2천300만원짜리 딱지 수표를 발행하는 등 200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48개 회사 명의로 320억원대(700장) 딱지 수표와 1천억원대(2천장) 딱지 어음을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 유령회사 인수ㆍ설립 자금책 ▲ 유령회사 관리책 ▲ 딱지수표 도매상 ▲ 바지사장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점조직으로 움직였다.
유령회사들끼리 자금을 지원하는 `자전거래'를 통해 어음ㆍ수표용지 지급 기준을 맞추는 데 필요한 은행 잔고를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유령회사를 팔아넘기는 사업자가 회사 명의의 어음책과 수표책을 필요 이상으로 받아놓은 뒤 껍데기만 남은 법인을 어음ㆍ수표책과 함께 5천만~1억원에 인수자에게 팔면 인수자는 자금책(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바지사장 명의로 회사를 인수하는 수법을 썼다.
이어 부도예정일(D데이)을 2~3개월 뒤로 잡은 뒤 마구잡이로 딱지수표와 어음을 발행해 도매상에게 넘겼으며 판매책은 딱지수표 1장에 약 10만원의 마진을 붙여 180만~200만원에 팔았다. 검찰은 이들이 딱지수표를 1장당 200만원씩 팔아 딱지 수표로만 약 14억원의 불법 수익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특수약품으로 액면가를 수천만원짜리로 변조한 딱지 수표를 판 뒤 부도 예정일 이전에 수표가 은행으로 돌아오면 미리 갖고 있던 복사본을 근거로 제3자가 수표를 위조했다고 주장함으로써 딱지수표 발행 사실을 발뺌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48개 유령회사 가운데 실제 영업을 한 회사는 5곳에 불과하고 대부분 회사가 딱지수표 발행을 위해 설립된 것으로 보고 48개 회사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등 수사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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