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북정책 수장에 오른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의 역할과 과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정부가 집권 말기에 들어서는 만큼 현 정부의 마지막 통일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핵실험 여파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탓에 남북 당국 사이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작업이 그의 최우선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외교안보라인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통일장관의 역할을 이어받을지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장관의 앞 길에 놓여 있는 가장 큰 난관은 북핵문제다.
전임자인 이종석(李鍾奭) 전 장관의 경우 북핵 6자회담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촉발된 대북 금융제재 문제로 냉각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취임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남북 당국 간 관계마저 사실상 끊어지는 상황을 맞아야 했다.
특히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10월에는 핵실험까지 이뤄졌고 정부가 이에 따라 남북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 온 대북 쌀 차관과 비료 지원을 유보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는 쌀 차관 재개는 물론 이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도 힘들다는 전망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 물질적.제도적 지원을 언급한 지난 5월 `몽골 발언'이 남북관계로 북핵문제 진전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아내기도 했지만 핵실험이 이뤄진 현재로서는 핵 문제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를 풀기도 어려운 국면인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 장관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
하지만 대북 포용정책과 인도적 지원에 대한 그의 의지와 소신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그의 역할에 주시해야 할 상황을 만들고 있다.
전임자의 경우 본인이 묶어뒀던 쌀과 비료 지원을 정세 호전 없이 스스로 풀기가 어려웠지만 신임 이 장관의 경우 어느 정도 국내 여론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3개월 동안 열리지 못한 6자회담이 다음 주에 재개될 전망인 것도 그에게는 호재가 되고 있다.
실제 이번 6자회담 결과가 결렬 쪽으로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회담이 열려 긴장상황에 대한 관리만 어느 정도 된다면 대북 회담 제안이나 쌀 차관 재개 검토를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남북정상회담이다.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가 풀리는 국면에서도 유용성이 크지만 풀리지 않을 때도 긍정적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전 장관도 노력했지만 핵 실험에 막혀 결과물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4월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 기간에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 조명록(趙明祿) 차수의 서울 방문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 장관도 지난 달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평통에 있을 때 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건의했다"고 밝혀 그가 대북정책 사령탑으로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에게 놓인 정책과제로는 입법이 추진 중인 납북자 가족 지원 특별법의 구체화, 대북 협상을 통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해결, 여론을 수렴한 국민과 함께 하는 대북정책 추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교안보라인 내에서 그의 역할도 관심거리다.
전임자의 경우 NSC 사무차장으로 3년 가량 일하면서 축적된 외교안보 분야의 논리와 노하우,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정책적 영향력을 일정 부분 행사했다는 게 정설이다. 게다가 NSC 상임위원장도 맡았었다.
하지만 이 장관의 경우 우선 NSC 상임위원장을 맡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국민의 정부 때는 강인덕(康仁德) 장관부터 정세현(丁世鉉) 장관에 이르기까지 쭉 통일부 장관이 맡았고 참여정부 들어서는 라종일(羅鍾一) 안보보좌관 등이 했지만 다시 정동영(鄭東泳), 이종석 통일장관이 맡았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장관의 `원톱 체제'라는 평가까지 낳고 있는 통일외교안보라인에서 그가 어떤 역할과 입지를 확보할지는 앞으로 대북정책의 영향력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찌됐든 남북관계는 이미 북한의 핵실험으로 바닥을 찍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인 만큼 신임 이 장관이 얼어붙고 단절된 정세를 녹이고 풀면서 남북관계에 제대로 상승곡선을 그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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