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서 세번째 발병이 확인되면서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세번째 발병 지역이 최초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설정된 반경 10km의 '경계지역',
즉 기존 방역선을 벗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림부와 국립수의검역과학원은 세번째 발병이 첫번째, 두번째와는 무관
한 별개의 감염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AI의 전국적 확산'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익산 AI와의 연관성은
메추리 29만마리를 사육하던 세번째 발병 농장은 지난달 19일 처음 고병원성 AI
가 발병한 익산 소재 농장으로부터 남쪽으로 18㎞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전날까지 최근 4일간 1천여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농장에서 발견된 고병원성 AI가 첫번째 농장이나 지난달 27일 감염이
확인된 두번째 익산 농장에서 옮겨진 것이라면 그동안 방역당국이 실시한 대대적 살
처분과 이동통제에도 불구, 방역선이 일단 뚫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방역당국은 두 AI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경 3㎞
안에서 사육되던 76만4천마리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한 바 있다.
그러나 농림부 관계자는 "차량 출입, 부화장 공유 등의 측면에서 첫번째, 두번
째 농가와 관련이 있는 411개 농장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이상이 발견되
지 않았고 이번 세번째 발병 농장은 역학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세개 농장에 AI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메추리가 닭보다는 잠복기가 다소 길다는 점을 감안해도, AI의 잠복기가 보통 2
~3일인 것을 생각하면 세번째 발병 시점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다. 다만 드물게 20일
정도의 잠복 기간이 보고된 바도 있는만큼 이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번째 발병이 확인된 것은 지난달 28일 익산에서 두 번째 고병원성 AI 발병 이
후 거의 보름만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세번째 김제 농가는 철새 분변 등을 통해 첫번째, 두번째 농
가와는 무관하게 따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농림부는 판단하고 있다.
◇ 2003년처럼 확산되나
이제 문제는 추가 확산 여부다. 지난 2003년 첫번째 AI 발병 당시에는 12월 10
일 충북 음성의 한 닭 사육 농장에서 닭 2만6천마리가 죽은 뒤 각각 5일과 7일 뒤
같은 음성 지역 오리 및 닭 농장에서 추가 발생이 확인됐다.
이후 바이러스는 진천.이천.천안.나주.경주.울주.양산.아산 등 충남북과 전북,
경북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돼 다음해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6개 시.도, 10개 시.군
의 19개 농장에 퍼졌다. 결국 530만 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됐고 이로 인해 1천500
억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도 발생했다.
특히 중요한 점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사후 역학 조사를 벌인 결과, 당시 바
이러스가 대부분 사람이나 분뇨.사료 차량, 오염된 난좌(알자리)의 이동에 따라 간
접적, 기계적으로 전파됐다는 사실이다.
검역원의 분석 결과 당시 전체 19건의 발병 가운데 오염 차량 및 기구로 인한
것이 11건, 59%나 차지했다.
이번에도 당국은 발병 지역 농장들에 드나드는 각종 운반 차량들이 공통적으로
23번 지방도로를 주로 이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도로 주요 지점에 방역통제소를
설치, 소독 등의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2차로 AI가 발병한 익산시 황등면은 23번 국도를 따라 1차 발생지인 함열읍과
불과 3㎞ 남짓 떨어져있고, 3차 발생지인 김제시 공덕면은 2차 발생지와 약 23㎞ 거
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방역 활동과 역학조사를 아무리 철저히 하더라도 바이러스 유입 경로가
근본적으로 철새에 따른 것이라면 내년 2월께 겨울 철새가 돌아갈 때 까지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일단 농림부는 아직 전국적 확대 양상으로 보기에는 이르다고 판단, 지난달 30
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한 AI 경보 단계를 추가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AI 경
보는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관심, 주의,경계, 심각 등의 순으로 높아진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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