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과격시위로 올 한 해를 누구보다 힘들게 보낸 이택순 경찰청장이 연말을 앞두고 시위 대응에 대한 고뇌와 소신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청장은 지난 10일 일선 경찰관들에게 보낸 `15만 경찰관에게 보내는 편지'란 e-메일에서 "올해 중요한 테마였던 평화적 집회ㆍ시위 문화 정착이란 과제가 결국 실망스럽게 끝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찰이 강력하게 법을 집행하지 못해서일까"라고 자문한 뒤 "책임을 미루고 싶진 않지만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대책만으로는 현상의 근본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일부에서) 미국 경찰처럼 해야 한다고 응원 겸 훈수를 주신다. 그러나 한국의 현 시점에서는 적용될 수 없는 교과서 같은 말씀이다. 말 안 듣는다고 시위대를 총으로 쏘고 죽도록 패고...이 나라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이 청장은 "무한대의 자유도, 숨 쉴 수 없는 통제도 모두 민주주의의 근본이 아니다. 경찰은 공권력의 남용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인내와 자제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또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란 시를 인용해 집회ㆍ시위 문화 개선에 대한 강한 갈망도 드러냈다.
이 시에는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란 구절이 들어 있다.
이 청장은 "시위 문화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진리를 명심하고 서두르지 않겠지만 절대 물러서지도 않겠다"며 "시위에서 다친 경찰관과 시민들의 쾌유를 빌면서 평화적인 집회ㆍ시위 문화 정착을 열망한다. 역사의 큰 물줄기에 한 두레박 의 물을 보탠다는 심정으로 희망의 노래를 불러보자"며 글을 맺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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