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는 25일 크리스마스 이전에 새로운 이라크 정책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백악관과 부시 행정부에게 이라크 정책대안을 제시한 `이라크연구그룹(ISG)'은 10일 ISG 보고서 수용 여부를 놓고 대립했다.
ISG을 이끌어온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리 해밀컨 전 하원의원은 이날 부
시 대통령에게 보고서 내용의 전폭적 수용을 촉구한 반면, 백악관측은 ISG보고서를
"비현실적", "비실용적"이라고 깎아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11일부터 3일간 국무부, 국방부 관계자들을 잇따
라 면담하고 새로운 이라크 정책 구상을 가다듬을 예정이어서 부시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베이커, 해밀턴 ISG 공동위원장은 이날 미 방송에 잇따라 출연, 정책대안은 전
체적으로 채택돼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이 이라크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란 및 시리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
다.
해밀턴 위원장은 NBC 인터뷰에서 "바그다드가 평화의 길에 이르기 위해서 미국
이 중동지역에서 해야할 일이 많다"면서 미국 정부가 이란.시리아와 대화에 나설 것
을 촉구했다.
베이커 위원장도 NBC에 출연, 최근 부시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조건으로 핵프
로그램 포기를 주장한 데 대해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뒤 미국 정부가
이란의 지원을 요청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이라크 치안확보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란
의 핵문제를 분리해 접근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베이커 위원장도 이란이 이라크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할 지 여부에
대해선 완전히 낙관하지 못했다.
반면에 ISG 보고서를 검토한 백악관 관계자들은 ISG의 핵심제안 가운데 많은 부
분이 비실용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
다.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ISG의 접근법을 조심스럽게 껴안았으나 국가
안보회의(NSC)와 딕 체니 부통령실의 관계자들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대안의 위
험성이 너무 높다고 주장, 채택하기를 꺼렸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의 전략은 ISG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이미 수행되고 있거
나 기존 정책의 근본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일부 권고내용만 채택하고 기존 입장에서
의 후퇴를 의미하는 방안들은 거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들어 백악관 관계자들은 현재 4천명인 군사자문단을 조속한 시일내에 1만~2
만명으로 늘리는 것이나 2008년 1.4분기까지 이라크에서 15개 전투여단을 철수시키
라는 권고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며 채택될 가능성이 적음을 시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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