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이 일심회 총책인 장민호(44)씨의 지령을 직접 받아 임무를 수행한 조직원들이 최소 2명 이상 존재한다는 정황을 포착함으로써 일심회 직할조직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심회가 민노당 이외의 주요 정당의 계파별 동향, 군 내 인사동향 등 정치, 사회, 경제 분야별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정례적으로 보고할 수 있었던 것은 직할조직이 체계적인 역할 분담체제로 운영된 데 따른 것으로 공안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 역할 분담된 직할조직 = 구속기소된 일심회 직속 조직원인 손정목, 이정훈, 이진강씨는 민노당 중앙당과 서울지역, 시민단체 분야를 각각 맡아 이 정당의 정책이나 지역 당원 성향, 시민단체 동향 등의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손씨가 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을 하부조직원으로 두고 있고 이정훈씨가 이 정당 서울시당 대의원이었던 점 등에 비춰 이들이 각각 담당한 분야는 자신이나 하부 조직원의 직업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된 측면이 크다.
이 때문에 이들의 대북 보고 내용은 민노당 내부 사정이나 시민단체들의 반미활동 계획 등에 한정됐다. 그러나 공안당국이 추가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다른 일심회 직할 조직원들은 정치, 군사, 제도권 정당 등 분야를 맡아 다양한 관련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일심회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됐음을 짐작케 해준다. 또, 장민호씨가 모 대학 82학번 졸업자를 `경제사업 전담 조직원'으로 포섭하려 한 단서가 포착돼 일심회의 활동 범위가 경제분야까지 확장된 것으로 공안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일심회가 종(縱)적인 축으로 하부조직을 늘려나가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이번 추가 수사에서는 일심회 조직의 횡(橫)축인 직할조직 단계부터 광범위한 체계를 갖추려 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 군 인사, 정치권 동향 등 북한에 보고 = 장씨가 직할조직원들을 통해 입수해 북한에 올린 보고 내용을 보면 일심회의 활동 영역이 매우 넓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북 보고 중 한국군 내 인사관련 정보가 눈에 띈다. 공안당국이 직할조직원으로 파악한 A씨는 작년 상반기 장씨에게 "육사 출신들의 홀·짝수 기수 차별대우와 마이너리티 출신 육참총장의 후배 봐주기 등이 중첩된 데다 인사 비리 투서 발생으로 군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군 검찰 수사는 기득권을 누려 온 친일친미 사대세력들의 고리들이 군대권력에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내용도 대북 보고서에 포함됐다. 군 검찰이 사상 최초로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한 2004년 11월 당시 남재준(육사 25기) 육군참모총장 등 대북강경파인 군 수뇌부의 영향력이 급격히 퇴조했다는 취지의 정보를 보고한 것이다. 남 총장은 군 사법개혁, 문민화, 비무장지대(DMZ) 내 선전물 제거 등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태도를 취했고 "북한지도층과 북한군은 분명히 우리의 주적(主敵)"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군 검찰이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구체적인 인사비리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 아니라 청백리로 소문난 남 총장의 도덕성을 훼손시켜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소문이 군 안팎에서 그럴듯하게 나돌았다. 군 검찰의 의도와 무관하게 육군본부 압수수색을 계기로 남 총장을 중심으로 한 군내 대북 강경파들의 입지는 극도로 축소됐고 이런 일련의 군내 역학관계를 분석한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간 것이다. 장민호씨가 작년 7월 직할조직원으로부터 입수한 `사업보고서, 반 박근혜그룹 혹은 차기 대권 경쟁그룹 포함'이라는 문건에서도 일심회의 폭넓은 활동 반경을 엿볼 수 있다.
이 문건은 작년 6.15 민족통일 대축전이 열리던 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점에 대한 손학규 전 지사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홍준표ㆍ김용갑 의원 등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의 반응을 포함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일심회가 민노당이나 시민단체 등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 안보기관 내부나 유력 정치권 인사들의 동향 등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북측에 보고했다는 쪽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어 향후 성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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