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5차 협상에서도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핵심 쟁점들이 고스란히 6차 협상으로 넘겨졌다.
이에 따라 양국은 내년 1월 15일 한국에서 열리는 6차 협상에서 핵심 현안에 대
한 주고 받기식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때문에 내년 3월말이 실질적인 협상시한인 만큼 내년
1월이 서로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 타결 의지를 보여주는 '진실의 순간'
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6차 협상이 '진실의 순간'
통상 전문가들이 중요 협상에서 가장 중시하는 시점이 바로 '진실의 순간'(Mome
nt of truth)이다.
진실의 순간은 협상에 임하는 양국이 내놓을 수 있는 양보의 수준을 모두 보여
주면서 협정 타결 여부나 협정의 수준을 결정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결국 미측이 올해 12월중 무역구제 분야에서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을 최종적으로
정한 뒤 내년 1월중 열리는 6차 협상에서 우리측이 미측의 관심사인 자동차와 의약
품 등 분야에서 얼마나 양보할지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쟁점 분야의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양측은
그동안 서로의 입장 탐색을 충분히 마쳤다.
자동차의 경우 쟁점사항들을 모두 다뤘지만 한국이 양측간 이견을 좁힐 새로운
제안을 갖고 오지 않았다는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의 말은 배기량 기준 세제개
선 등 미측의 요구에 대해 한국이 카드를 보여줄 때가 됐다는 의미다.
'세제개편 불가'라는 원칙을 반복하고 있는 한국도 김종훈 수석대표가 최종 브
리핑에서 "서로 풀어갈 것은 풀어가면서 협상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 협상 전
반의 진전을 봐가면서 양측의 득실을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점이 이런 가능
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도 일단 보험약가 적정화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추후 합의사항은 추
가로 반영한다는 우리측 입장이 이미 전달돼있다.
결국 무역구제와 맞물려 조기 종료됐던 의약품과 자동차 분야의 이견이 6차때는
상당부분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무역구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더라도 다른 쟁점 현안 해소가 쉬울 것
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김종훈 대표는 "자동차 분야도 쉽지 않다"며 "그러나 무역구제의 진행상황을 봐
서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양측 대표는 최종 브리핑에서 예정된 6차는 물론, 7차 협상을 염두
에 두고 있음을 밝혀 최후까지 담판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쌀이 최종 걸림돌..정치적 타결 불가피
6차 협상때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에서 의견이 좁혀지더라도 우리의 최대 현안인
농축산물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쇠고기 문제의 경우 우리측은 "농산물 분과든, 위생.검역분과든 FTA의 협상의제
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반면, 미국측은 쇠고기 문제의 해결없이 FTA
의 비준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측은 커틀러 대표가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하기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압력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측 최대 민감품목인 쌀 역시 "앞으로 논의하지 않겠다"는 김종훈 대표의 강
조와 달리, 커틀러 대표는 "쌀에 대한 논의도 어느 시점에서는 개시될 것"이라면서
쌀을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계획임을 명백히 했다.
이처럼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아직 대척점을 이루고 있어 이
를 해소하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협상장 주변의 관측이다.
농림부 배종하 국제농업국장도 "고위급 회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척을 보지 못한 채 쌀과 쇠고기를 둘러싼 장외공방만 요란한 농산물과 달리 미국
의 민감품목으로 꼽히는 섬유가 차관보급으로 회담의 수위를 높여 열린 첫 회의에서
비교적 '길조'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김종훈 대표는 "조속한 진전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으며 상당히 좋은
출발을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만족할 만한 기본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섬유 분야에서 우리측은 관세 철폐와 얀포워드 등 원산지 기준의 완화를 요구하
고 있고 미측은 세이프가드 인정과 타국산 섬유의 한국산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세
관당국간 협의를 주장하고 있다.
(빅스카이=연합뉴스) 경수현.김종수 기자
evan@yna.co.kr
jsking@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