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부터 사흘간 필리핀 남중부 세부섬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태풍경보'를 이유로 내년 1월로 연기된 가운데 '태풍경보'가 아닌 독극물 테러 가능성으로 연기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8일 제기됐다.
AFP통신은 "아세안 정상회의의 연기가 태풍경보 때문이라기보다는 독극물테러 위협 때문"이라고 8일 보도했다.
아세안 사무국의 도밍고 루세나리오 사무총장보(補)는 이날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태풍 '세니앙'의 접근으로 내주 세부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등을 연기한다고 밝혔으나 "9일에 있을 외무장관 회의는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과 한.중.일 등 16개국의 정상들은 11일부터 세부에서 연이어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AFP통신은 익명의 국가정보국(BNI)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세부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수돗물에 독극물을 투입할 것이라는 정보가 입수돼 공안 당국이 테러 기도범을 색출하기 위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이달 초 마닐라에서 두 차례 수돗물과 강물에 독극물을 넣은 사건이 발생해 경제 중심지인 마카티 지역의 업소들이 모두 문을 닫고 수십명이 입원했는가 하면 마릴라오의 마닐라 북부 로사리오 강 주변에 있는 3천여 주민들은 집을 떠나 피난살이를 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과 미국, 호주 등은 7일 현지 대사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부 정상회의를 겨냥한 테러정보가 있음을 각각 경고했으나 필리핀 정부는 이를 부인했었다.
국가정보국의 한 소식통은 "마닐라에서 있었던 테러가 세부에서 자행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모든 보안기관들이 총 출동해 테러 가능성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세안과 필리핀 정부관계자는 8일 "레이트섬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세니앙'의 접근으로 정상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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