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의 연내 개최 여부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 달 28~2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미.중 회동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 폐기를 위한 초기 이행조치와 그에 따른 보상방안을 묶은 제안을 던진 지 9일로
열흘이 되지만 8일 오전까지 북한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회담이 연내 재개되려면 오는 10일 안에는 북측이 회담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답변을 줘야 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었다.
1년여 공전 끝에 회담이 재개되는 만큼 만나는데 만족하는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간 상호 요구의 균형점을 어느 정도나마 찾을 수 있을 때
회담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관련국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북한의 긍정적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회담을 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
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년여 만에 열리는 회담에서도 북미 양측의 주장
이 맞서기만 할 경우, 6자회담 무용론까지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일단 리스
크의 요체다.
당초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
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달 중순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을 자주 언급,
오는 11일 시작하는 주나 18일 시작하는 주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점쳐졌다.
성탄절이 있는 12월 하순에는 일정을 좀처럼 잡지 않는 것이 외교가의 관례라는
점에서 현재로선 연내 회담을 갖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뉴욕채널과 중국을 통한 간접통로를 이용한 북미 양측의 의견교환이 일부
이뤄지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아직 긍정적인 신호는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남한에도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는 북측의 해묵은 주장이 언론매체를 통
해 보도되면서 북한이 쉽게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
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회담 개최시기는 더욱 멀어질 공산이 크다.
회담 재개 합의 후 개최시까지 준비시간으로 일주일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만약 북한이 다음 주 중반까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을 경우 연내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정부 당국은 그러나 연내 개최 여부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내실있는
회담이 되느냐가 언제 열리느냐보다 중요하고 이미 북미간 대화가 재개됨으로써
6자회담의 틀이 가동됐다고도 볼 수 있는 만큼 연내 개최를 위해 무리수를 둘 필요
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6자회담 주무 팀인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다음
주부터 직원들을 휴가보내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에서 종종 예기치 않았던 변수나 갑작스런 돌파구가 생기
는 일이 왕왕 있어왔던 만큼 북한이 돌연 미측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성탄절 이전에 회담이 전격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9일째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침묵'이 주목을 끌고 있다.
침묵의 속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우선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신중하게 검
토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고 미국에 요구할 `역제안'을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정식 회담에서 이야기하자며 미국의 제안에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 섣불리 미국의 제안에 반응할 경우 자신의
카드를 미리 보여주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식 회담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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