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건(高 建) 전 국무총리는 8일 고(故)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개발 과정에서 새마을 운동으로 국민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성과를 내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고 전 총리는 영정 앞에 헌화한 뒤 "현재 국가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도 국민통합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지지층의 정서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긍정 평가한 것은 차기대권 레이스에서 70년대 경제성장을 이룩한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는 최근 각종 강연을 통해 10년 내 국민소득 3만5천달러 달성과 10대 경제대국 진입을 강조하는 등 경제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측근들은 고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의 두터운 인연도 생가방문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젊은 공무원 시절 박 전 대통령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 `행정의 달인'으로 알려질 정도로 성공한 행정관료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첫 걸음이 됐고, 이 인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것.
실제로 고 전 총리는 최근 각종 강연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여러 차례 소개해 왔다.
내무부 새마을 담당관으로 재직하던 70년대 초 전임자들이 모두 실패했던 동대본산의 녹화사업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의 인정을 받았고, 5년간 새마을 운동의 실무를 맡은 뒤 38세에 전남도지사로 발탁됐다는 것.
이날도 고 전 총리는 70년대 말 청와대 행정수석 재직시절 박 전 대통령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가난한 교사시절부터 즐겨먹었다'면서 맥주와 막걸리를 섞은 `비탁'이라는 술을 돌렸다는 일화를 소개한 뒤 "우리가 잘 살게 된 탓에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배합비율을 몰라서인지 지금 만들어 봐도 그 맛이 안난다"고 회상했다.
고 전 총리의 구미 방문은 박 전 대통령에게 향수를 갖고 있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겨냥하고 대권레이스 경쟁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안방을 공략함으로써 지지율 격차를 좁히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고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호남지역 유권자를 의식한 듯 "우리는 건국이래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를 달성했다"며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선 산업화의 정신을 마음에 담았지만, 예전에 광주 5.18 국립묘지를 방문했을 때는 민주화의 정신을 마음에 담아 왔다"고 설명했다.
(구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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