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은 비록 비명에 갔지만 그의 영웅적 행동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 등 가족들을 사지(死地)에서 구하려 절망의 눈밭을 헤매다 숨진 CNET 수석편집장 제임스 김(35)의 사연이 7일(이하 현지시간)에도 미국 주류 언론들의 깊은 관심 속에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CNN과 폭스TV는 이날 하루 오리건주 경찰 당국의 부검 결과 발표를 집중 보도하면서 여러 차례 특집방송을 편성, 의료계와 산악활동 전문가 등의 의견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 취한 김씨의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사력을 다했을 그의 행동은 가슴을 저미게 하는 영웅적 처사였다고 보도했다.
CNN은 폭설에 묻혀 고립된 채 1주일을 기다린 끝에 김씨 부부는 적극적으로 구조를 요청해야겠다고 결론짓고 김씨가 길을 나섰다면서 특히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평상복 차림의 김씨가 10.24마일(약 16.5km)이나 눈밭을 헤맨 것은 '초인'(superhuman)적인 가족 사랑에 덕택이었다고 전했다.
CNN은 또 부인 캐티의 진술을 통해 고립 첫날 이후에도 수시로 눈과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가 계속 이어져 김씨가 1주일이 지난 뒤에야 구조를 요청하러 나설 수 밖에 없었고 김씨 부부는 눈을 녹여 갈증을 해소하고 부작용을 우려해 야생 과일류를 최소한으로 섭취했으며 두 딸에게는 젖을 먹여 건강을 유지케 하는 등 한계 상황에서 쉽게 짜내지 못할 지혜로운 행동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CNN은 이어 수색과정에서 도로에서 메모가 발견됐는데 흰 종이에 쓰인 메모에는 "가족이 차에 고립돼 있다. 구조대를 보내 달라"고 적혀있으나 김씨 부부 중 누가 쓴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며 차 안에서도 부인 캐티씨가 쓴 메모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폭스TV도 사인이 저체온증이라는 경찰측 부검 결과 발표를 생중계한 뒤 이번 사건이 보도된 이후 전 세계의 많은 네티즌들이 김씨가 속한 CNET 홈페이지를 방문, 애도를 표시하면서 영웅적인 처사에 감동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머큐리뉴스는 인터넷판에서 '발견되기 불과 수 시간전에 사망했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씨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특별한 외상이 없었으며 정확한 사망시간을 확정짓기 힘들지만 김씨 사체를 발견한 잭슨카운티 셰리프국 SWAT팀의 그랜트 포먼 셰리프는 발견되기 불과 수 시간전, 길어야 하루 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포먼은 "김씨는 내가 수색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경험했던 것처럼 이끼가 낀 미끄러운 돌더미 위에서 미끄러져 쓰러졌을 것이며 저체온증 때문에 균형을 잃었는지, 아니면 쓰러진 뒤 일어설 힘조차 없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는 죽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포먼의 상사인 마이크 윈터스 셰리프는 "결과적으로 그는 잘못된 길을 잡고 구조요청에 나섰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험준한 곳에서 그는 가족에 대한 사랑, 살고자 하는 의지를 모두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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