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이요? 국경요? 그런 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사람이니까 권리가 지켜져야 하는 것이죠."
8일 인권의 날 기념식이 열린 정부종합청사 별관에는 국내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빼곡한 가운에 외국인 1명이 유난히 주목받았다.
한국ㆍ일본ㆍ대만인들의 한센병보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 변호단 대표
구니모네 나오코(國宗直子.여)씨.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제 강점기에 소록도에 강제 격리된 한국 한센인들의 피해배
상을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공로로 이날 구니모네 변호사가 이끄
는 일본 변호단을 표창했다.
구니모네씨는 1907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된 일본의 한센인 격리 정책으로 차별
당한 일본인들을 모아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정 투쟁을 벌여
승리를 쟁취한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에 함께 차별을 당했던 한국인 피해자들에게도 눈을 돌려 2003년부터
소록도를 방문해 조사를 시작했고 2004년 대한변협에 도움을 요청, 한일 공동 변호
단을 결성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한국인의 보상청구가 2004년 10월 기각되는 등 좌절도 있었지
만 사회 각계의 인사들을 독려해 결국 2006년 2월 `한센인 요양원 입소자에 대한 보
상금 지급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후생노동성에 보상을 청구한 한국인 441명 가운데 155명이 보상을 받
게 됐다.
구니모네씨는 `일본인들에게 신경 쓰기도 바빴을 텐데 한국인들에게 왜 신경을
쓰게 됐느냐'는 물음에 웃으면서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 한센인들을 위해 활동하다 보니 한국 한센인들의 권리도 침해가 됐
다는 걸 확인하게 됐는데 일본 문제가 거의 해결되자마자 그 길로 바로 한국인의 보
상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센인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이 정말 큰 괴로움을 겪었고 그런 탓에 권리
회복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는 걸 느낀다"며 "소록도 작업을 위해 한국 한센인들을
만나면서도 같은 이유로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구니모네씨는 "입소 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아직 보상을 받지
못한 한국인 280여 명을 위한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변호
사들과도 연합해 일본 강점기 강제격리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고 계획을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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