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향해 대북제재와 관련된 사안 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사업'에도 동참하라는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어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제사업과 관련, 미국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최근 한 달사이에만 무
려 세차례에 이른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6일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혀진 이라크연구그룹(ISG) 보고
서에서 이라크 재건을 위한 국제지원그룹(IISG)의 설치를 권고하면서 참여 대상국
중 하나로 독일, 일본과 더불어 한국을 지목한 것이다.
ISG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부 장관, 로런스 이
글버거 전 국무부 장관 등 지난 15년간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끈 주역들이 대거 포
함된 전문가 집단이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의 이라크 파병이 미국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전문가가 한국을 지목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
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니콜라스 번스 국무부 차관이 지난 달 말 나토 정상회담에 대
한 브리핑 과정에서 나토 협력 대상국으로 역시 한국을 거명한 것.
물론 실제 정상회담 자리에서 프랑스 등 나토 주요 회원국들의 반대로 한국이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로 공식 설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측은 이를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아직까지 한-나토 간 협력 관계는 전무해 한국은 나토의
옵서버도 아닌 상태"라고 말하고 "나토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합의가 있고 공식적인
협력 요청이 오면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었다.
지난 달 초에는 로버트 키미트 재무부 부장관이 이라크 재건 지원을 위한 국가
간 협의체인 '이라크 컴팩트'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 한국의 동참을 부탁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거듭된 동참 요청들이 한국이 자연스레 미국의 협력 대
상국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미동맹이 '대북 억지'라는 20세기적 목표로부
터 대량살상무기 등 비전통적 안보라는 21세기적 도전으로 중심점이 이동하고 있음
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동맹의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추어 한국이 미국과의 협조
범위를 넓혀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교 전문가는 "미국이 지난 91년 걸프전 때 처음으로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미 동맹은 매우 짧은 기간에 '진정한 동맹'으로 거듭났
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 이롭게 작용할 수 있는 점이 분명히 있다"며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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