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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이 반환점을 돌았으나 양측의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6일(현지시간)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 협상이 중단되는 파행을 겪고 있다.


당초 한미 FTA 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이번 협상에서 최우선 항목
들이 동시에 파열음을 냄에 따라 이번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면서 협
상 기한인 주말까지 '중대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실무선에서의 논의는 거의 마무리되고 있으며 양측이
큰 주고받기를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핵심부문의 논의중단에도 불구하고 상품무역과 서비스 등에서 다소 진전
이 이뤄진 점도 협상의 추후 진전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다.



◇ 무역구제 결국 파행..5차는 사실상 종료


무역구제에서 "이를 악물고 해보겠다"던 우리 측은 5일 미국에 '최후통첩'을 제
시했다.


▲산업피해 판정시 국가별 비합산 ▲무역구제위원회 설치 ▲반덤핑 조사시 사전
통보.협의 ▲반덤핑 혐의시 사전 가격.물량조절 ▲반덤핑 조사시 조사당국의 추정자
료 사용제한 등 반덤핑 제도 개선 5개항을 일괄로 받아주든지, 아니면 협상을 접자
는 '강수'였다.


특히 무역구제위 외 나머지는 미국이 법령을 고칠 필요성이 있는 항목들이다.


이는 줄곧 "법 개정 불가"를 고수해온 미국측의 협상 의지와 양보 가능성을 가
늠해보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으나 이튿날 아침 나온 미국의 답변은 역시 "노

(No)"였고 결국 협상 3일째인 6일 한국 협상단은 무역구제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

다.


최대 목표였던 무역구제에서의 진전이 수포로 돌아가자 우리측은 약가 적정화
방안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거세게 진행됐던 의약품 협상의 빗장을 걸어잠그고 자동
차분야에서도 추가 논의를 갖지 않기로 해 "무역구제 진전없이 내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이번 협상중단이 돌발사태가 아닌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협상이 막바지 국면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다 협상 개막 직전 발생한 '뼛조각 쇠
고기'문제를 빌미로, 미국측이 한국의 첨예한 이해가 걸린 부문에서 강경한 입장을
펼칠 것임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더구나 반덤핑 제도 완화는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이전의 어떤 FT
A에서도 양보한 적이 없는, 미국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결심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
도 극적 연출 없이는 이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
다.



◇ 다른 분야는 각개 약진


그러나 무역구제 부문의 협상 중단과 달리, 상품무역 부문에서는 미국측이 TV카
메라와 피아노 등 교역규모 6억 달러선인 206개 품목을, 한국이 플라스틱 제품류 등
3억9천만 달러규모인 204개 품목을 관세 즉시 철폐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데 합의했
다.


물론 교역액 기준 관세 즉시 철폐율은 미국이 62%, 한국이 76%선으로, 자동차가
대상에서 빠진 탓에 여전히 불균형이지만 이전보다는 비율이 조금씩 올라갔다.


아울러 미국이 외국화물에 부과하는 물품취급수수료도 철폐키로 해 연간 4천700
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전문직 자격 상호 인정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직 구체적 대상까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전문
직 비자쿼터 문제도 "의회 소관"이라는 미국측의 입장 탓에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
했지만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게 우리측 시각이다.


금융부문에서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FTA 협정 적용문제와 자산운용업의 국
경 간 거래시 국내 자산운용 허가문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지만
대신 수출입 적하보험과 재보험 등 특수보험의 국경간 거래개방과 소비자보호를 위
한 양국 금융당국간 협조에서 일부 결실을 거뒀다.


이밖에 통신분과(주파수 할당방식), 지적재산권(지재권 상품 병행수입) 등도 의
견차를 좁히거나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 6차 협상서는 오히려 급진전 가능성


FTA에서 상품교역 부문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무역구제 제
도개선이 가장 절실한 항목으로 꼽히지만 갈 길이 너무나 바쁘다.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의 시한이 내년 6월 말로 끝남
에 따라 TPA 종료 180일 전인 연말까지는 행정부가 관계법 개정 필요성을 의회에 보
고해야 하는 미국의 정책구조상 타협을 모색할 시간이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
다.


그러나 무역구제 협상중단이 전체 FTA에 비관적 전망을 가져다줬기보다 역으로
무역구제 협상을 중심축으로 한 대타협 가능성을 키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의회 제출 보고서에서 한국제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의 언급이나 "한국제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미국의 방침을 기대를 갖고
주시하겠다"는 김종훈 수석대표의 말은 모두 이날 일부 협상중단을 위기라기보다는 '
돌파구 모색을 위한 산통'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특히 지난 3일부터 워싱턴에서 미국 의회 관계자들과 접촉중인 김현종 통상교섭
본부장의 행보도 '대타협'을 점치게 하는 변수에 포함된다.


극도로 진도가 부진한 자동차와 의약품이 무역구제에 연계된 점도 주목 대상이
다.


김 수석대표가 "연계전략이 아니라 우리 주장을 강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라고 강조했지만 무역구제에서 돌파구가 마련되면 이들 부문도 자연스럽게 진전을
거둘 수 있다는 셈법이 무리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농산물은 마지막까지 골칫거리로 남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5차에 와서야 '민감품목'에 대한 점검수준의 논의가 겨우 시작된 데다 '뼛조각
쇠고기'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쇠고기와 FTA를 연계하겠다는 미국의 압박이 협상 진행
을 가로막을 공산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더구나 민감품목은 양국 모두 정치적 부담을 무릅쓴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는 점에서 7차 협상까지 미뤄진 뒤 고위급 회담을 통해 타협이 모색될 공산이 크다
는 게 협상장 주변의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김종수 기자
evan@yna.co.kr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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