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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헐값 매각에 동원된 각종 수법

부실 늘리고 자산은 저평가…반값에 매각

  • 연합
  • 등록 2006.12.07 14:00:21


경제 관료와 은행장이 부실을 최대한 부풀리고 자산 가치를 낮게 평가해 정부 소유의 외환은행을 `형편없는 물건'으로 만든 뒤 팔아버렸다는 세간의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사실로 확인됐다.


외환은행 매각의 결정적인 근거가 됐던 2003년 말 기준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전망치 6.16%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부실까지 반영한 데 따른 것이고 실제로는 적정 기준치 8%를 훨씬 웃도는 9.41% 까지도 가능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은행 및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숫자의 전문가답게 몇 개의 숫자와 통계를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결과 도출은 가능했다.


우선 일반 여신의 부실 가능성을 부풀린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외환은행의 일반 여신 37조 4천883억 원의 평균 손실률은 1.03%였는데,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만 2.61%였고 나머지 3년 동안에는 0.93%, 0.67%, 0.29%로 낮아지는 추세였다.


특수한 상황이었던 1999년을 제외하면 3년간 평균 손실률은 0.60%로 4년 평균보다 0.43% 포인트 낮다.


외환은행은 4년 평균 손실률로 일반 여신 부실액을 산정해 2003년 전망치를 3천851억 원이라고 잡았지만, 1999년을 제외한 3년 평균 손실률로 재산정하면 부실액은 2천243억 원으로 1천698억 원이나 차이가 난다.


외환은행 관계자도 잠재 부실을 높게 산정하려고 통계 자료로 쓰기에는 부적절한 1999년의 손실률을 사용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은 은행법과 기업 회계 기준상 외환은행이 보유한 두산중공업 주식도 지분법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시가법을 적용해 1천669억원의 추가 부실을 만들어냈다.


현대상선에 빌려준 돈은 2003년 3월까지 15%, 4월부터는 19%로 손실 추정률을 적용했지만 2003년 7월 BIS 비율 6.16%를 산정할 때는 갑자기 손실 추정률을 39.1%로 높게 잡아 294억 원의 추가 부실이 발생했다.


당시 현대상선에 신용 여신을 한 다른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손실추정률을 19%로 잡고 있었다.


정상채권으로 분류하는 정부 보증채권도 부실로 잡혔다.


대러시아 차관 미수 이자 705억 원의 절반인 353억 원이 아무 근거 없이 떼일 가능성이 있는 돈으로 산정됐다.


러시아는 2004년 3월 대출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았다. 정상적인 채권이었던 셈이다.


9천 원대까지 거래되던 하이닉스 주가를 1천 원 가량으로 산정해 외환은행이 갖고 있던 하이닉스 주식 6천123만주의 가치를 661억 원으로 잡고, 취득 원가(3천987억 원)와의 차액 3천364억 원을 추가부실로 잡은 대목은 아연실색할 일이다.


이강원 전 행장은 삼일회계법인에 은행 자산 가치 산정 실사를 의뢰한 뒤 `실사는 모양 갖추기'라며 예상보다 높게 나온 자산 가치(1안)를 무시하고 비관적(2안), 극단적(3안) 결과를 한 단계씩 끌어올려 비관적인 안을 정상안으로 제시했다.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주가도 상승하고 있는 하이닉스가 5년 안에 청산되고 중요 기업도 단기간에 청산된다는 비관적 가정을 전제로 한 안이었다.


검찰은 재정자문을 맡은 모건스탠리가 별다른 근거 없이 외환은행이 제공한 자료만을 근거로 중요여신 2조7천285억 원이 90% 손실처리된다는 것을 전제로 현금 흐름을 부당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숫자의 왜곡'으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거의 `반값'인 1조3천여억원에 사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말 작성된 외환은행 재경부 보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증자에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BIS 비율은 8~9%를 유지할 수 있었다.


외환은행이 2002년 8월부터 11월까지 21억 원을 투입한 맥킨지 컨설팅 결과에서는 위험 관리가 없어도 2003년 말에는 9.41%, 위험 관리 시스템을 갖추면 2005년에는 11.54%의 BIS 비율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제값'을 받고 팔아도 되는 정상적인 은행이었다는 결론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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