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의 내년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될 전망이다.
전효숙(全孝淑)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을 무산시킨 한나라당이 헌재 예산안에 대
해서도 모든 요구 항목에 문제를 제기하며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최대
11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날아갈 위기에 놓인 것.
6일 예결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도서관 신축을 위
해 내년에 총 108억4천200만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계동(朴啓東), 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종합심사
의견을 통해 "새로 건립하는 도서관은 9명의 재판관과 33명의 연구관이 주로 이용하
는 것이어서 기존의 도서관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또 헌재는 내년 해외연수 관련 예산으로 올해보다 1천100만원 늘어난 2억4천700
만원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은 오히려 1천300만원 줄인 2억2천300만원으로 수정의
견을 제시했고, 인건비도 당초 요구액에서 6억4천400만원을 깎았다.
이밖에 업무용 차량을 교체한다는 명목으로 요구한 예산 7천500만원에 대해서도
박계동 의원이 "국민고통분담 차원에서 기존 차량을 1년간 더 운용토록 하라"며 전
액 삭감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탄핵사태'와 '전효숙 사태' 등을 겪으면서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 예산심사 과정에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도서관 신축의 경우 시급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예산문제로 계
속 지연되면서 기존 도서관 공간이 한계에 달했다"면서 "탄핵사태와 행정수도 이전
등에 대한 판결 이후에 정치권과 헌재의 긴장관계가 심해진 것이 예산에 영향을 미
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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