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6일 9년1개월만에 처음으로 910원대로 떨어지자 900원대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연내 8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내년초까지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900원대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916.4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9년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6거래일간 환율 하락폭은 14.40원에 달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글로벌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환율 하락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800원대 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에 대비해 내년초에 달러화 매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 때문에 지급준비율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내년에는 콜금리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점도 원화 강세를 견인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선물 장순호 연구원은 "콜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가능성이 높은 데다 경상수지도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여건이 내년초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10엔선까지 하락한다면 원.달러 환율도 880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보유액이 2천300억달러를 넘어선 데 따른 부담으로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자제할 수 있는 점도 환율의 800원대 하락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씨티그룹 오석태 부장은 "외환당국이 더 후퇴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아래로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다"며 "당국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까지 900원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경기와 수출 둔화 등으로 달러화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이 최근 100엔당 800원선 아래로 하락하는 등 원화 강세가 과도했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김성순 과장은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화 약세의 진행 속도와 밀접하게 연관된 채 하락할 것이나 900원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 1분기에 910원선 하향을 시도한 뒤 1분기말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연구원도 내년 평균 환율이 925원을 기록하며 9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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