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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경욱 편집위원 =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주차장을 보면 병원의 '주인'인 환자와 보호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서비스는 온 데 간 데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서울대병원에 차를 몰고 가 본 환자나 문병객은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주차장때문에 기분을 상하게 된다. 지하주차장까지 차를 몰고가 주차시킨 뒤 단 한 대밖에 없어 주로 만원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그것도 한가할 때 얘기다. 고객이 몰려들면 엘리베이터를 놓치고 차량 매연이 가득한 계단을 하염없이 올라가야 한다. 병실이나 진찰실 방문 후 다시 단 한 대밖에 없어 늘 방문객들로 가득 찬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몰고 경사진 진출로에서 가까스로 섰다 갔다를 반복하면서 진땀을 흘린 뒤 주차요금 정산소를 거쳐 간신히 병원을 빠져 나온다.

여기까지는 다른 대형건물 주차장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좀더 세심하게 서울대병원의 주차장 관리 시스템을 살펴 보면 이곳이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곳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 복잡한 지하주차장 바로 옆에는 평지의 노상 주차장이 번듯하게 자리하고 있다. 본관 앞 주차장은 늘 한산하다. 지하주차장 주차요금 정산소 옆에는 주차빌딩이 있다. 치과병원 앞 빈 주차공간도 고객의 몫이 아니다. 모두 다 병원 직원을 위한 주차장이다. 지하주차장과는 환경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주차나 요금정산을 위한 차량 대기 모습을 볼 수 없다. 서울대병원 직원들 대부분이 출근 때 주차해 두고 퇴근 때 차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주차공간 부족을 인정한다. 주차시설 확충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은 차량부제 운행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병원의 주인인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주차장 서비스 개선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교직원 주차장과 방문객 주차장의 재배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장이나 간부가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차를 몰고 병원을 단 한번이라도 방문했더라면 곧바로 깨달을 수 있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신축됐기에 비교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주차장은 고객 위주로 돼 있다. 주차장에서 비를 맞지 않고 곧바로 병실이나 진찰실로 오가도록 설계돼 있다. 서울대병원이 오래된 건물이어서 지하주차장 시설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병원의 주인인 환자나 보호자들이 좀더 쉽게 병실이나 진찰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에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종합병원 브랜드파워조사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빛바랜 플래카드가 큼직하게 걸려 있다. 브랜드파워는 뛰어날지 모르겠지만 '고객우선파워'는 그에 훨씬 못미치는 것은 아닌지 서울대병원장과 직원들은 고심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서울대병원은 주차장 문제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주차장 서비스와 병원 전체의 경쟁력을 연결지어 병원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한다. 국내 대표병원을 자처해 온 서울대병원은 이제 세월이 흘러 '여러 개 병원 중 하나'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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