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孫.李.鄭' 3자구도 형성조짐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박근혜(朴槿惠) 두 대선 유력주자의 지지율 변화 추이는 올 대선정국의 주요 관전포인트다.
경선 후보 등록(6월11일)을 전후해 최근 보름 동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박 전 대표와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8일 SBS가 한국리서치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전달에 비해 7.9% 포인트 빠진 33.5%였고, 박 전 대표는 1.8% 포인트 내려간 24.8% 였다. 격차가 14.8% 포인트에서 8.7% 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겨레신문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17일 발표한 조사에서 두 사람의 격차는 14.7%포인트(이명박 40.1%, 박근혜 25.4%)였다. 지난달 12일 조사에서 격차는 22.5% 포인트였다.
지난 9일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격차는 직전 조사(3월17일)때의 23.6% 포인트에서 크게 줄어든 16.4%포인트(이명박 41.3%, 박근혜 24.9%)였다. 지난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격차가 7.8% 포인트에 불과했고, 같은 날 중앙일보 조인스닷컴의 조사는 5.7%포인트(이명박 33.2%, 박근혜 27.5%)까지 좁혀졌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들도 이런 추세를 인정한다.
지지도 출렁거림이 발생한 이유는 여럿있다.
우선은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에 대해 박 전 대표측과 범여권의 공세가 집중됐다. 박 전 대표측은 "그만큼 검증 소재가 많았던 것"이라고 하지만 1위 후보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최근 한나라당의 정책토론회에서 이 전 시장이 `기대 만큼 흡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몇몇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 전 시장보다 박 전 대표가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가 다소 높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체로 토론의 잘잘못 평가는 기왕의 지지도에 연동되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번엔 예외적으로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정국의 흐름이다. 범여권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호남쪽에서 박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눈에 띄게 빠지는 경향이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호남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간과하기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 두 달이다.
계속 이런 추세로 간다면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측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 말대로 `7월 중순쯤엔 (박 전대표에게)역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를 향한 정수장학회나, 영남대학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와 맞물려 있는 사안으로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지만, 이 전 시장의 문제로 지적된 주소이전이나, 재산.세금 문제 등은 전형적인 검증 소재"라면서 "피해가기 어려운 것들일 뿐 아니라 해명조차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박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오히려 상황은 이 전 시장에게 더욱 좋지 않게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거품'이 걷힐 수밖에 없고, 아직도 무궁무진한 검증 소재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앞으로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맞을 만큼 맞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최근 지지율이 일부 빠지는 것은 `청와대 효과'(노무현 대통령의 이명박 전 시장 공격)와 주소 이전 문제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금주 말까지 이 선에서 버텨낸다면 분위기 반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오히려 "이 쯤에서 일부 지지율 조정은 우리에게 약이 될 수도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 캠프 내의 나태한 분위기를 일소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충분한 `매'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양 캠프 핵심 인사들의 말 만으로 보면 일단 `6월 대전'의 중간결산은 박 전 대표측이 이득을 봤고, 이 전 시장측이 손해를 본 것 같다.
그러나 두 달이 남아있는 경선기간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청와대와 이 전 시장간의 가파른 대치 전선이 형성되면서 한나라당과 이 전 시장 지지층의 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검증 국면도 새로운 판으로 바뀌는 추세다.
국내 유수의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소위 한 방에 갈 수 있는 '과거 문제'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이 전 시장의 하락세가 진정되고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른 후보들이 지지율을 스스로 올리는 동력이 크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어떤 것이 나오느냐에 따라 지지율 추이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만일 두 주자간의 격차가 10% 포인트 이하로 좁혀질 때는 예측불허의 게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실장은 "특히 T.K(대구.경북) 지역 등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소위 '대세론'이 흔들릴 경우 한나라당 경선 구도에서 전체적으로 지각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시장으로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고의 위기로 지적되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어떤 카드를 꺼낼지, 박 전 대표로서는 남은 2개월 동안 자체 동력으로 얼마나 빠르게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가 경선 때까지 남은 2개월의 중요한 변수의 하나라는 말이 된다.
한편 범여권 대선주자의 경우 아직 뚜렷한 경향성은 엿보이지 않고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는 최근 SBS와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6%, 6.8%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하며 범여권 주자 중 일단 가장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손 전 지사와 함께 `범여 빅3'로 분류된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는 2~3%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뚜렷한 추이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 SBS 조사에서 정 전 의장(3.5%)이 이 전 총리(2%)보다 높았지만 한겨레 조사에서는 1.8% 대 2.0%로 이 전 총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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