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명 철회로 일단락된 가운데 전효숙 재판관이 재직 당시 정치적 코드에 편승한 무리한 판결은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세대학교 BK21사업단 차동욱 연구교수는 전효숙 재판관의 재직 당시 판결을 분석한 연구 발표문 '헌법재판관의 판결성향과 정치적 성향의 관계'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전효숙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사법부 독립을 지켜낼 수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결론지었다.
차교수는 "전효숙 재판관의 재임 3년간 헌법재판소 결정 가운데 위헌법률심판사건과 법률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234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차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전효숙 재판관이 234건의 결정 가운데 소수의 반대 의견에 참가한 경우는 15건에 그쳤으며 94%에 가까운 219건에서 다수의견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교수는 "3기까지의 헌법재판소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94%라는 수치는 전효숙 재판관이 대체로 보수적이거나 최소한 항상 소수의 대변자로 목소리를 내는 재판관은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차교수는 전효숙 재판관이 동료 재판관 8명과 함께 판결한 결정 94건을 합헌ㆍ위헌ㆍ한정합헌ㆍ한정위헌ㆍ헌법불합치ㆍ별개의견의 구체적 판단 유형별로 분석해 각 재판관의 성향 근접성을 살피는 연구도 함께 진행했다.
연구결과 윤영철, 권성, 주선회, 김경일, 김효종, 이상경 재판관이 유사한 성향을 보였고 전효숙, 김영일 재판관이 소수 집단을 이뤘으며 송인준 재판관은 홀로 다른 그룹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교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전효숙 재판관이 자신의 성향과는 달리 대부분 다수의견에 동참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내부적 결속을 중시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효숙 재판관의 판결 성향을 토대로 판단할 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효숙 재판관이 정치적 코드에 편승해 무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볼 수 없으며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더라도 무리하게 코드에 따른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우리 나라에서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정치적 성향이 문제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미국에서는 대법관 임명시 정치 성향이 중요 검증 사안이 된다"며 "앞으로 헌법재판소장 임명 때마다 되풀이 될 수 있는 문제"라고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교수의 이번 연구결과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리는 '2006 한국정치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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