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 4.6%보다는 낮은 수치이며 국내 주요 민간 연구소들이 제시한 4%대 초반보다는 다소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2년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힘입어 7.0%를 기록했으나 2003년 3.1%, 2004년 4.7%, 2005년 4.0%로 계속 잠재성장률(5%)을 밑돌았다.
그러다 올해 5.0%로 복귀해 반짝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내년에 다시 4%대 중반 아래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기조적 저성장세가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은은 5일 발표한 `2007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4.0%, 하반기 4.7%, 연간 4.4%로 올해(5.0%)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던 건설투자를 제외하고 민간소비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취업자수 증가세 둔화, 높은 가계채무부담 및 조세성 지출 증가 등으로 올해 4.2%에서 4.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정보기술(IT) 경기 회복과 주력 상품의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견실한 증가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경제성장의 감속 추세로 올해 12.9%에서 10.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수출의 견실한 성장세에 힘입어 상품수지가 300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서비스.소득.이전수지는 해외여행지출 증가 등으로 적자가 28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전체 흑자 규모가 20억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그러나 국제유가가 내년에 재급등할 경우 물가가 불안해지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설비투자도 올해 7.4%에서 6.0%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건설투자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본격화와 국토균형개발 사업 시행 등으로 올해 마이너스(-) 0.7%에서 1.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는 주택건설경기가 회복된다기보다 그동안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실업률은 비정규직 보호법안 통과 등으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소극적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성장세가 빨라지면서 내년 하반기 중 고용사정이 개선돼 올해 3.5%에서 소폭 상승한 3.6%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는 서비스요금의 오름세가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안정 등에 힘입어 올해보다 소폭 오른 2.6%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내년에 우리 경제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 국제유가 재급등 및 북핵사태의 악화 가능성 등 하방리스크 요인이 있으나 잠재 성장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그러나 "내년 중 국내 경기는 완만한 회복기조를 나타낼 전망이지만 여러가지 구조적 요인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추세적으로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은 5.0%로 전망했으며 올해 중 소비자 물가는 2.4%, 근원인플레이션은 2.1%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0억달러 내외 수준으로, 당초 예상한 40억달러보다 다소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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