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일 무역적자 250억불..사상 최대
원.엔 환율 1% 하락시 한국수출 0.821% 감소
원.엔 환율이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액이 사상최대 규모인 2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또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인해 엔화자금이 한국의 부동산시장에 유입돼 주택가격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발표한 `원.엔 환율 하락의 파급효과와 시사점'이라는 보
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지난달 1997년 이후 9년만에 최저치인 791.8원으로 하락하는
등 올 들어 100엔당 800원 선으로 떨어지면서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최대 규모
인 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의 대부분은 부품.소재 품목이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철강.플라스틱 제품, 전자부품의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하고 이는 우리나
라의 기술력이 일본에 비해 낮은 데다 원.엔 환율 하락까지 가세했기 때문으로, 국
내 부품.소재산업은 가격경쟁력 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원.엔 환율 하락으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반도체, 자
동차, 석유화학, 조선, 디지털 가전, 정보통신기기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반면,
일본제품의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경기에 좌우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원.엔 환율에 크게 영
향을 받는데, 실제로 실증분석을 했더니, 원.엔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수
출은 0.8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아울러 원.엔 환율 하락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도 자동차, 디스클레이,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등을 중심으로 일본산 완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연구소는 또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한.일 금리차로 엔화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데, 이 중 상당량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시장 불안을 가중시킨 것으
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달 외화대출이 급증하자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외화
대출과 관련해 공동검사권을 발동한 것도 대규모 외화대출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
용하는 데다 자금의 일부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돼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 있다고 판
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특히 단기 외화차입금 확대로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중이 올 들어 41.
3%로 급등하는 등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회귀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무분별한 외화차입 축소, 내국인의 생산적 해외투자 확대,
원.엔, 원.유로 등 다른 종류의 통화간 현물환직거래 시장 개설 등 원.엔 환율 안정
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수출기업들은 수출시장 개척과 다변화, 상품
의 고부가가치화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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