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용관기자][[Car & Life]푸조 '407 Hdi 쿠페']
"문은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푸조의 '407 Hdi 쿠페'는 첫 만남에서부터 문이 유난히도 인상적이었다. 멋진 차체와 달리 손잡이를 잡고 여닫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문이 이렇게 무거우면 달리는 것도 시원찮은거 아냐?" 하는 생각이 앞섰지만 이같은 예상은 산산조각났다. 407 쿠페의 달리기 실력은 경쾌함, 그 자체였다. 직진 주행은 물론 코너링도 흔들림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해냈다.
특히 디젤차지만 이를 전혀 눈치 챌수 없다. V형 6기통 2721cc 터보디젤엔진은 6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조용하게 회전을 시작했다. 마치 가솔린 엔진인양.
가속페달을 밟아 회전을 올려도 스포티한 저음 외에 둔탁한 디젤의 신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출력 205마력(4000rpm), 최대토크 44.9kg·m(1900rpm) 덕분에 차는 비교적 시원스럽게 가속된다.
특히 실용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덕분에 어느 속도에서도 가속감이 느껴졌다. 제원표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8.5초. 두터운 토크 때문에 체감속도는 이보다 더 빨랐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돌파하자 가속이 예상외로 빠르게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지긋하게 밟자 속도는 거침없이 올라가 시속 200km를 손쉽게 넘어섰다. 변속기의 스포츠(S) 모드를 선택하면 D모드보다 엔진 회전이 활기차게 변해 좀더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407 쿠페는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아시아에서 처음 베일을 벗었다. 1898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푸조 최초의 쿠페 타입 21과 404, 504, 406 등의 전작을 거쳐 푸조 쿠페 클래식의 계보를 잇고 있다.
407 쿠페의 첫인상은 바다의 제왕, 상어의 모습 바로 그 자체였다. 상어처럼 옆으로 길쭉한 입모양, 날카로운 눈매, 아가미와 같은 3개의 공기 토출구.
옆에서 바라볼 경우 최대한 눕힌 윈드실드 때문에 하이힐을 신은 날씬한 여자가 떠오를 정도로 미끈하다. 여기에 18인치 대형 알로이 휠,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등은 이 차가 스포츠카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이같은 파격적인 스타일링은 내부 인테리어로 그대로 이어진다. 럭셔리한 브라운색 가죽이 스티어링휠과 시트, 대시보드 등 실내를 도배하고 있다. 특히 손으로 마감한 듯한 바느질과 깔끔한 마무리, 실내 곳곳에 덧댄 알루미늄 패널 등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시트는 버킷 타입의 스포츠카용이다. 좌석에 앉으면 등과 옆구리, 허벅지까지 딱 달라붙어 마치 맞춤형 시트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
하지만 실내 공간은 기대에 못미친다. 전고가 낮아져 머리공간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앞좌석이 주가 되는 쿠페의 특성상 뒷자석 승객을 위한 배려는 크게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좁아 웅크리고 앉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시동을 걸면 스티어링 휠의 위치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이지 엔트리'를 비롯, 뒷좌석 탑승자를 위해 레버를 당기면 좌석이 앞으로 이동하는 등 나름대로 승객 편의를 배려했다.
승차감은 쿠페 스타일답게 적당히 단단한 편이다. 덕분에 고속 주행시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다. 특히 서스펜션은 ‘AUTO'와 ’SPORT' 두 가지 모드로 준비됐다.
오토 모드 선택 시 자동으로 노면의 상태와 속도, 차에 중량에 따라 서스펜션의 강도가 조절된다. 스포트 모드를 선택하면 차체는 한층 단단해진다. 스포트 모드로 고정하고 거친 길을 달리면 몸으로 전달되는 충격이 상당할 정도로 단단해진다.
하지만 핸들링의 날카로움은 그만큼 좋아진다. 흔들림 없이 코너를 돌아나가는 능력이나 급하게 차로를 바꾼 뒤 빨리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 스포츠 쿠페로 손색이 없었다.
시내 주행 중에 길거리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눈길을 적지않게 느꼈다. 그만큼 푸조의 스타일링은 독특하고 멋있다. 푸조의 차 만드는 실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다만 가격은 예상보다 비싸다. 푸조의 최고급 모델인 607 Hdi 모델(6820만원)과 거의 비슷한 6400만원이다.
김용관기자 kyk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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