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신수영기자]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해 유명해진 미국 길리아드. 설립 후 15년간 적자였지만 지금은 매출 수조원의 제약사로 탈바꿈했다. 2002년 2000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도 2007년 현재 40조원으로 불어났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에 타미플루 기술을 이전(라이선싱아웃)한 것이 계기였다.
길리아드의 이같은 성장사례가 크리스탈지노믹스(이하 크리스탈)가 꿈꾸는 길이다. 조중명 크리스탈 대표는 31일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바이오나이트'에 참가해 "시총이 2000억원도 안됐던 회사가 하나의 신약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오나이트는 머니투데이 바이오뉴스팀이 한달에 한번씩 업계 애널리스트와 바이오기업을 초대하는 간이 기업설명회(IR)다.
길리아드를 통해 조 대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2가지. 쓸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의 발전 가능성과 전략적 기술이전의 중요성이다. 길리아드처럼 작은 벤처도 신약개발 성공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자금유치, 파트너링으로 거대 제약사로 탈바꿈했다는 것.
이처럼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남과는 다른 기술이 핵심이다. 크리스탈의 경우에는 약의 기전 작용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단백질 구조 규명 기술이 있다. 조 대표는 "구조분석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단 논문만 2개고 구조를 공개한 것은 셀 수 없다"고 소개했다. 박사 24명, 총 연구인력 60명(내.외부 인력 포함)으로 어느 대기업 못지 않게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한 결과다.
크리스탈은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의 표적 단백질(PDE5)이 체내에서 작용하는 3차원 구조를 규명해 지난 2003년 '네이처'지의 표지논문에 선정됐다. 저산소증 표적단백질(HIF PF)의 3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풀어내기도 했다.
조 대표는 "저산소증 표적단백질을 개발, 1차로 9개의 화합물을 선정해 평가중에 있다"며 "파이브로젠이 비슷한 치료제를 선급금만 3억달러, 총 8억달러에 기술이전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파이프로젠의 것은 구조 규명없이 만들어진 것으로 구조를 규명한 우리 약이 훨씬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접촉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어느정도 개발을 진행해 몸값을 높인 뒤 기술이전(라이선싱아웃)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관절염치료제(CG100649)의 경우 1000만달러 이상의 임상비용을 들여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며 "보통 2상이 끝나면 5억~6억 달러 정도에 기술이전되는데 우리는 10억 달러까지도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탈의 관절염 치료제는 현재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유럽 임상 2a상, 미국 1b상을 진행중이다. 내년 중반경 결과가 나올 예정으로 2008년 후반 기술이전이 목표다. 이 외에 표적항암제(전임상중), 신개념 항생제(전임상중), 경구용저산소증 치료제(선도물질 발굴 단계, 전임상 전) 등이 크리스탈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이다.
조 대표는 "바이오벤처는 혁신적 신약개발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며 "시총 2000억~3000억원의 기업 중 제대로 파이프라인을 갖춘 곳이 드물다는 것은 아쉬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 대표는 유명저널에 대한 지나친 맹신도 경계했다. 그는 "산업과 기초연구(논문)은 분명 거리가 있는데 논문이 나오면 당장 상업화될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더구나 1급 저널도 아닌 곳의 논문을 가지고 기대를 높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줄기세포 역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분야. 그는 "기업들이 이런 분위기를 악용하거나 투자자들이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수영기자 iml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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