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능현기자]지난 1월 모토로라 최고경영자 에드 잰더는 세계경제포럼에거 전세계 경영인들과 환담을 나누던 도중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메시지에는 모토로라 지분 1.4%를 취득했으며 이사회 자리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잰더는 아이칸의 초대를 받았다.
"나는 잰더에게 진심을 말했다"고 아이칸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모토로라 같은 위대한 회사가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잰더에게 말했다.
아이칸은 잰더에게 120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사 자리에는 큰 관심이 없으며 그의 요구대로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이사회 입성 요구를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칸은 자신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예술을 마스터했다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천재성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고 잰더는 회상했다.
실제 아이칸은 실패라는 단어를 몰랐다. 하지만 모토로라 건만은 예외였다. 잰더는 아이칸에게 자사주 매입을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6주 후 아이칸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모토로라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이다. 야심작인 레이저의 판매부진 때문이었다. 아이칸은 소리쳤다. "나는 잰더의 말을 믿었다. 그가 레이저의 판매 부진을 몰랐다는 것을 있을 수 없다"
30일 포천이 소개한 아이칸과 모토로라의 뒷 얘기다.
아이칸 이라는 이름은 기업 사냥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2004년 아이칸이 설립한 헤지펀드 아이칸 파트너스는 70억달러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그 중 15억달러는 아이칸이 출자한 자금이다. 대학펀드, 연기금, 최소 2500만달러를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아이칸 파트너스의 주주들이다.
아이칸 파트너스는 다른 헤지펀드 보다 더 많은 수익을 챙기고 있다. 연간 수수료율과 운용 보수율은 2.5%, 25%로, 일반 헤지펀드보다 각각 0.5%포인트, 5%포인트 높다.
아이칸의 자금 운용방식은 악명높다. 그는 공개된 기업의 지분을 소량 매입한 후 자사주 매입 , 자산 분할, 최고경영자 교체 등 주주가치 재고를 요구한다. 종종 대리전쟁을 치르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한다.
아이칸의 무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회사인 아메리칸 리얼 에스테이트 파트너스(AREP)도 그의 든든한 배경이다. 이 회사는 주로 파산한 기업을 통채로 사들여 구조조정을 거친 후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긴다. 주로 부동산, 카지노, 에너지 관련 업체들이 타깃이다. 이들 업체들은 경기에 민감해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그 만큼 수익도 크다.
그렇다면 아이칸은 실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까? 아이칸 파트너스는 지난해 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28%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 13%와 전세계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률 1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에너지 업체인 커-맥기에 투자해 9개월만에 3억달러(수익률 100%)를 벌어들였다. 또 페어몬트 호텔과 제약업체인 메드임뮨에 투자해 3개월도 채 안되는기간동안 각각 1억달러, 2억3000만달러를 챙겼다.
AREP는 더욱 눈부시다. 2004년 11월 이후 AREP의 주가는 22달러에서 87달러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시가총액으로 계산하면 무려 40억달러를 주주들에게 가져다 준 셈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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