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일한기자][1700에 과열 부담 증가..개인들은 차익실현 전략 과시]
삼성중공업이 코스피 1700 돌파를 기념이라도 하듯 31일 장마감후 자사주 1200만주를 매입키로 했다. 4700억원에 가까운 규모다. 전체 상장주식수의 5%가 넘는다. 통큰 자사주 매입이다.
삼성중공업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94년 이후 처음으로 4만원을 돌파한 시점에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셈이다.
상장사가 주요한 매수주체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해왔다. 대부분 주가가 낮은 시점에 자사주를 사들인 예가 많았다.
삼성중공업의 자사주 매입은 4만원을 돌파해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우려가 높은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차이가 있다.
두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회사까지 사들이면서 추가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과 함께 '회사까지 사들이는 걸 보니 너무 흥분하는 게 맞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의 외국인 지분은 34.65%. 이에 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주주 지분은 24%를 조금 넘는다. 기업가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대주주 지분이 외국인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지분 구도인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는 속내가 자못 궁금해진다.
한 시장관계자는 "매우 풍부한 현금유동성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조선주가 올해의 대표적인 성장주로 자리잡은 마당에 자사주 매입보다 설비투자를 늘리는데 썼다면 더 큰 호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사상최고가 경신에 급기야 1700 돌파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을 사지 못한 투자자들이 안절부절이다. 더 늦기 전에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매우 불안하긴 한 모양이다.
펀드 환매도 부쩍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눈에 띄는 대목은 계속 주식을 사들이며 과열을 부채질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개인투자자들이 1700 돌파에 맞춰 2370억원어치를 내다판 장면이다.
월말 기관들의 '윈도드레싱'을 이용해 적극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기관들은 펀드의 수익률 관리를 위해 프로그램 차익매수와 더불어 비차익매수를 장마감 동시호가에 실행하며 자신들이 많이 보유한 주가를 관리하는 것을 노리고 고가에 주식을 처분했다.
펀드 투자자들이 1500 돌파 이후 환매에 주력한 것과 달리 직접시장의 개인들은 추격매수를 즐겼다. 그러다 1700까지 온 시점에서 차익을 취한 셈이다.
또다른 공시가 관심을 끌었다. 장중 5만원을 넘어선 것을 계기로 차익매물이 쇄도하며 겨우 하한가를 모면한 채 거래를 마친 현대상선. 이 주식은 13.64% 하락하더니 마감후 공시를 통해 주가의 이상급등으로 소액주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나친 매수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을 체결한 것 이외에 주가가 급등할 만한 확정사항은 없다고 했고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일부 언론의 M&A 가능성 기사로 주가가 이상급등했다고 파악했다. 이에따라 현대상선은 관계당국에 주가이상급등과 관련한 증권거래법 위반행위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의뢰했다며 '풀 서비스' 정신을 과시했다. 참 친절하기도 하다.
주가가 회사 가치에 비해 너무 올랐으니, 섣불리 추격매수하면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주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분 확대에 휘말려 있는 현대상선이 친철한 공시를 한 속내 역시 궁금하다.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이 온통 상승의 끝에 쏠려있다. 그러나 그 끝은 알 수 없다. 재야 고수의 말이다. "아직 흥분을 느낄 수 없다. 1800 가면 눈이 뒤집힐 것이다. 아직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 밤9시 뉴스에서 10분, 20분 주가상승을 보내야한다. 가장 큰 힘은 적립식펀드로 대변되는 장기자금의 증시 유입이다. 없던 현상이 나타났다.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주식은 한번 불이 붙으면 갈때까지 가는 속성이 있다. 고점을 예단하면 수익률 제고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위험도 높다. 지금 조선 기계 건설주의 고점을 예단하면 안된다. 반대로 하락을 예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은 예측하는 게 아니라 따라가야한다. 이런 점에서 투자전략가들은 매우 험난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가급등에 흔들리지 말고 시장에 대비해 저평가 돼 있고 현재보다 미래가 좋아지는 기업을 사야할 때다."
5만원을 넘던 루보의 주가가 3200원까지 떨어졌다. 다행인 것은 1700 돌파가 우량한 대형주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절대 속이 빈 주식은 쳐다보지도 말자.
유일한기자 only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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