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일한기자][연말 기준 PER 12.6배로 작년말과 유사]
5월 한달간 코스피지수가 12%나 급등하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1999~2000년 '버블' 때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실적이 장기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조선 철강 기계 건설 화학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 랠리가 펼쳐지면서 실적 없이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 올랐던 99년 랠리와 다르다는 것. 상장사들의 지속적인 이익 증가에 따라 1700을 돌파한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지난해말과 유사하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7년말 기준 코스피2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 시가총액/순이익)은 12.61배로, 지난해 말 12.63배와 대동소이하다. 코스피지수가 1700을 넘은 5월말 PER와 1400을 넘던 작년말 PER가 같다는 것. 이는 그만큼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가 가파르게 상향조정되고 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작년말에 예상한 코스피200 기업들의 올해연말 실적보다 5월말 예상치가 지수상승분(17.6%)만큼 높아진 셈이다.
주가와 이익을 비교하는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볼 때 1700 돌파로 인한 주가 수준은 작년말 1400 돌파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다.
99년 버블 당시 코스피200 PER는 최고 22배까지 올랐었다. 통신주와 인터넷주 등 실적이 미미했던 기업들의 비정상적인 폭등을 감안해도 현재의 PER는 과거 등락 범위의 상단일 뿐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익이 아닌 기업 자산을 기준으로한 주가순자산배율(PBR, 시가총액/순자산)을 기준으로할 때 현재의 PBR은 1.56배로 99년 1.62보다 낮다. 과거의 움직임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근본 동력인 금리 수준을 보면 코스피 1700돌파의 부담은 한층 희석된다. 99년 당시 3년만기 국채수익률은 10%에 육박, 현재의 2배에 가까웠다. 채권이 아닌 자산의 매력이 배가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거래대금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너무 뜨겁다며 조정을 전망하고 있다. 거래가 갑자기 증가하면서 '상투'를 형성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7조8800억원으로 99년11월 기록한 7조35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이날 거래대금 증가는 개인의 매수가 아니라 기관의 '윈도드레싱'에 따른 대형주 매수 때문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오히려 1700 돌파를 이용해 차익실현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중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현대증권의 김지환 산업분석부장은 "금리의 절대수준이 너무 낮아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올라가는 형국"이라며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 거래가 늘면서 주가가 급등하면 과열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낮다"고 말했다. 적정한 PER을 13.5배로 제시한 김 부장은 "외형적으로만 보면 똑같이 거래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기업의 실적이 늘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조절을 통해 과열 논란을 극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1700 돌파를 주도한 중국관련주의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져 언제든지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대신 장기간 소외받은 자동차 IT 그리고 은행 보험을 비롯한 금융주 비중을 늘려야한다는 조언이다.
장득수 슈로더투신운용 전무는 "국내 펀드의 삼성전자 비중이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진 상황인데 실적이 개선되면 기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밖에 없다"며 "뜨거운 주도주에 뛰어들기보다 차가운 소외주를 나눠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동부증권은 밸류에이션 분석을 통해 기존 주도주는 차익을 실현하고 금융 자동차 유틸리티(에너지) 통신 비중을 늘리고 IT는 2분기 이후 매수해야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유일한기자 only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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