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원겸기자][[기자수첩]]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군대 문제일 것이다. 신체 건강한 남자들은 모두 군대를 가야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군대란 '웬만하면 가기 싫은 곳'이다(물론 군대가 체질이라며 '말뚝'박는 사람도 있지만). 특히 군입대 직전에는 망망대해의 외딴섬으로 떠나는 심정일 것이다.
제대 후에야 친구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며 무장공비를 잡았다느니, 휴전선을 학교 담장 넘 듯 했다느니 확인 못할 무용담을 늘어놓지만, 군복을 입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춥고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군대를 다시 가야 한다면? 무스를 바를 수 없는 까까머리 스타일을 하고, 감촉이 부드러운 유명 브랜드의 옷이 아닌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4계절용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여자친구와 부모, 사회와 격리된 채 또 다시 2년여를 보내야 한다면?
이건 대한민국 남자로서 가져야할 신성한 국방의 의무, 세상 어느 곳보다 공평했던 기회의 땅 군 생활의 매력 내지 추억, 이런 것과는 전혀 별개의 심정적-본능적인 문제다(군대 갔다온 사람은 다 안다).
가수 겸 프로듀서 싸이가 병역특례 비리 의혹으로 어쩌면 군대를 다시 가야할지도 모를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아울러 젝스키스 출신의 강성훈과 이재진, 강현수도 이번 검찰의 병역특례비리 수사결과에 따라 재입대를 해야할 위기에 놓였다. 공백을 가장 두려워하는 가수들에게 또 다시 공백이, 그것도 또 다시 군인의 신분으로서 공백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싸이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싸이는 30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3년간 정상적으로 근무를 했다고 입장을 밝히고, 검찰조사에도 응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했다. 이재진 측도 검찰의 '업체의 홍보활동을 했다'는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들의 항변에도 불구, 대다수 네티즌들의 목소리는 냉랭하기만 하다. 이들의 혐의를 이미 '죄'로 기정사실화한 채, 무조건 다시 입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사실 검찰도 이들이 근무했거나 근무중인 병역특례업체 편입을 취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병무청이 검찰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이들은 '군대를 다시 가야 한다'.
결국 이번 가수들과 관련된 병역특례 비리의혹 수사를 보면서 든 기자의 생각은 이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군대 문제에 관한한 어느 누구도 잘못과 의혹이 있을 경우 대충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 대한민국 남자의 최대 악몽은 역시 "어이, 예비군인 당신, 군대 다시 가야 한대!"라는 것. 그리고 단지 '남'이고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다시 군대 갔다와라"고 쉽게 말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것.
김원겸기자 gyumm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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