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경숙기자,신영범인턴기자][삼성화재 주총에서 가톨릭계 주주, 일반 주주 이견]
31일 오전 10시, 삼성화재 본관 3층 대회의실. 2006회계연도 결산승인과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렸다. 한 주주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삼성화재는 주주들의 지속가능보고서 제출 요구에 대해 '금융 분야에서는 환경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기에 필요성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2차 요구 땐 발간 여부와 시기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만 답변했습니다. 주주 의견에 대한 피드백이 너무 느리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회책임투자운동단체인 기업책임시민센터(이사장 함세웅)의 박주원 차장이었다. 그는 수도회 등 가톨릭계 주주 10단체와 개인주주 2명을 대표해 주총에 나온 것이었다.
그는 "삼성화재와 같은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신한은행, 대우증권, 현대해상은 이미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보고서 발간을 촉구했다. 주총장이 잠시 술렁였다. 의장인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이 답변을 하려는 순간, 한 주주가 목소리를 높이며 발언권을 요청했다.
"주주 최경자입니다. 이 문제는 현재 총회에 상정된 안건과는 관계 없기에 경영진과 별도 의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황 의장은 "삼성화재도 지속가능보고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경영진과 시간을 가지고 토론해볼 문제이기에 이 자리에서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며 논의를 마무리했다.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논의는 이내 종료됐다. 곧바로 2006회계연도 결산 승인, 손광기 금융감독원 인력개발실 교수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120억원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삼성화재의 재무적 성과에 주주들은 만족을 나타냈다. 이 회사의 2006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3411억원으로 전년보다 30.2% 늘었다. 배당총액은 720억원으로, 주당 1500원 배당될 예정이다. 지난해와 같은 배당 규모이긴 하나 보험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날 발언권을 요청한 주주들은 주총 상정 안건에 대해 모두 '동의한다'고 말하며 다른 주주들의 박수와 동의를 요청했다. 주주들은 모든 결정을 일사천리로 마치고 주총을 30분여만에 끝냈다.
주총 직후, 회의장 앞에서 박정우 서울대교구 신부 등 가톨릭계 주주 4명과 삼성화재 홍보팀 직원들이 명함을 주고 받으며 인사를 나눴다. 일반 주주의 이견으로 논의가 깊게 이뤄지진 못했지만 가톨릭계 주주들의 표정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장영옥 기업책임시민센터 사무국장은 "의장 발언에 완전히 만족하진 않는다"면서도 "지속가능보고서 논의에 대해 의장의 동의를 받아냈으니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보고서 발간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치는 손익계산서에만 있지 않다"며 "지속가능보고서는 환경, 사회적 가치 등 보이지 않는 가치를 주주, 이해관계자가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게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일 삼성화재 상무는 "지속가능보고서 발간도 중요한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며 "경영활동은 경영진에게 주주들이 일임해준 문제인 만큼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검토해볼 과제"라고 말했다.
이경숙기자,신영범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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