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종구기자][SK증권,채권매수추천 철회..`중립`으로 하향]
"종합주가지수 1500까지는 무섭지 않았는데..." 웬만해서는 꺾이지 않는 주가 오름세에 정작 꺾인 것은 채권 애널리스트의 소신이었다.
SK증권은 31일 채권투자에 대한 중기 의견을 종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3일 채권 매수에 다시 나서라는 의견을 낸 지 불과 한달여 만이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의 대세적 상승국면을 너무 얕잡아 봤다며 예상이 빗나갔음을 시인했다.
보고서 서문에서 "신뢰를 보내주었던 채권투자자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그는 "투자의견을 올릴 때만 해도 주가 1500시대가 열렸고 금리가 이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했는데 한달만에 벌써 주가가 1700시대를 열려고 하는 듯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달전 SK증권은 경기회복과 주가상승을 감안해도 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했다. 또 단기금리 급등을 불러왔던 정책당국의 외화차입 창구지도 등의 조치도 단발성에 그칠 것으로 여겨 오히려 매수기회로 생각했다.
그러나 투자의견 상향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고채 5년물 기준으로 금리는 5.0%에서 5.22%로 0.18%포인트나 상승,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양 애널리스트는 5가지 측면에서 판단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우선 외화차입에 대한 정책당국의 대응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외화차입을 통한 금리 재정거래를 정책당국이 막기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정책당국의 입장이 유지되는 한 금리의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쪽으로 판단을 바꾸었다.
경기상승 속도도 예상보다 빨랐다. 4월 발표된 산업생산을 비롯, 서비스활동과 기업의 투자가 개선되고 있고 주가상승으로 경기심리도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동안 경기에 대해 보수적으로 봤던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는 시각교정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감속될 것으로 봤던 시중유동성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해 역시 예상과 달랐다. 위험선호 현상이 확산되며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또 채권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미국 국채 금리는 되레 오르고 있어 호재가 아닌 악재로 등장하고 말았다.
뭐니뭐니해도 투자의견을 접게 만든 것은 놀라울 정도의 기세로 오르고 있는 주가. 비록 과열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과열후 급락일지, 조정후 재상승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성급히 채권을 사기 보다는 주가의 향방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양 애널리스트는 "주가상승이 진전되던지, 경기회복속도가 느려지던지, 중국경기가 급랭하던지,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던지 등의 모멘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장 채권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기 힘들어 보인다"며 "뚜렷한 모멘텀이 지속되지 않는 한 투자의견을 상당기간 중립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분기 채권시장 강세는 물건너 간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상승 압력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콜금리 목표도 연내 동결가능성이 높지만 한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SK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가 변곡점을 찍을 때 마다 투자의견을 적절한 시기에 조정해 눈길을 끌어 왔다. 지난해 6월30일 `비중확대`의견을 낸 후 금리는 실제로 근 4개월동안 5% 초반대에서 4% 중반대로 크게 하락했고 10월 11일 중립으로 의견을 변경한 후 올해 2월까지 다시 5%선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3월 중순 이후 금리가 하락하자 이를 추세반전으로 보고 다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판단한 것이 패착이 돼 결국 한달만에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야 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향후 채권시장에 대한 전망을 지난해말 예상했던 틀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주가 오름세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 그는 "(주가 급등세가) 언젠가 대가를 치를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사계절이 때가 되면 반복되는 시절이 아니라 이상기후로 겨울과 여름만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종구기자 dark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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