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수사대 러시아 파견..EU장관회의 보고
前KGB요원 "英.美 당국에 살해 용의자 등 정보 제공"
영국 망명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전직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사망 사건의 수사가 국제적인 경찰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 대테러 수사대인 SO 15는 증인들을 인터뷰하고, 잠재적인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4일이나 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수사진은 이 사건과 관련해 조직 범죄, 정부의 배후 조종을 받은 살인,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의 독자적인 행동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TV '로시야'는 3일 러시아가 영국의 수사에 기꺼이 협조하고 있다
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국 수사진 9명의 모스크바 방문은 중요하다고 논평했
다.
존 리드 영국 내무장관은 4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법무ㆍ내무장관
회의에서 영국의 수사상황에 대해 다른 회원국들에 보고할 계획이다.
한 영국 관리는 "우리는 유럽의 동료들이 최신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를 바라며,
그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수사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포
함해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
지금까지 영국 경찰은 9.11 테러 이후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미국 연방수사
국(FBI)과만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수사에 협조를 구했다.
한편, 최근 며칠간 영국 경찰은 워싱턴에서 FBI 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트비
넨코의 친구이자 옛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유리 슈베츠를
인터뷰했다.
슈베츠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리트비넨코 암살의 배후자와 이유를
알고 있고, 이에 대한 정보를 영국과 미국의 수사당국에 제공했다며 "이번 사건은
국제 테러리즘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직접 입수한 정보지 가십거리가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영국
수사당국에 제공했다는 정보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며 AP 통신에
일절 밝히려 하지 않았다.
슈베츠는 리트비넨코가 독극물 중독으로 쓰러진 지난 1일 런던 시내 일식당에서
만난 이탈리아 학자 마리오 스카라멜라와도 접촉했다.
영국 수사진은 리트비넨코가 죽기 전 런던에서 리트비넨코를 만난 후 러시아로
돌아간 3명의 러시아인도 조사할 예정이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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