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면서 금융시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경기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어려우며 특히 지금이 그렇다"고 말해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높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일자에서 월가 관계자를 인용해 "FRB와 금융시장이 미 경제를 보는 견해가 다르다"고 지적해 FRB의 정책 신뢰도에도 금이 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월가에서는 지난달 29일 미국의 지난 3.4분기 성장이 예상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연착륙' 기대가 재부상하기도 했다.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연율 기준으로 2.2%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발표된 잠정치 1.6%와 월가 예상치 1.8%를 모두 초과한 것이다.
같은날 나온 FRB의 경기동향분석 '베이지북'도 지난 10월과 11월초까지를 기준으로 "미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해 연착륙 시나리오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1일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11월 제조업지수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3개월째 하락하면서 지난 200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50선을 밑돈 것이다. 11월 지수는 49.5로 발표됐다. 지수가 50 밑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월가에서는 11월 지수가 50.8 가량일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 관계자들은 경기 위축이 주로 주택과 자동차 때문이라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의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ISM 지수가 뒷받침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월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주택시장 침체가 (급기야) 미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전이되기 시작했음을 ISM 지수 하락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 소재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통화분석가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FRB와 시장이 미 경기 향후를 다르게 보고 있다"면서 미 경제 `경착륙' 우려가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는 ISM 지수가 발표된데 타격받아 1일 유로에 대해 0.8% 하락해 지난 20개월 사이 최저치인 유로당 1.3348달러를 기록했으며 파운드에 대해서도 1% 하락한 파운드당 1.9847달러로 지난 14년 사이 최저 가치로 주저앉았다. 환시장 관계자들은 "이 추세로 가면 연내 1파운드-2달러 환율 구도가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 정책에 대한 FRB의 고민도 터져나왔다. 콘 부의장은 워싱턴에서 열린 FRB 리서치 모임에 참석해 "경기를 판단하는 것이 물론 언제나 어렵기는 하지만 지금이 특히 그렇다"면서 금리와 직결된 인플레도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다고 실토했다.
그는 FRB가 금리 검토시 특히 가중치를 두는 인플레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 디플레'(CPCED)에 대해서도 "측정상의 몇가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비해 실소비 추세를 훨씬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돼왔다. 이 지수는 지난 3.4분기중 연율 기준으로 2.2% 증가해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 둔화된 것으로 앞서 발표됐다.
콘 부의장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FRB의 통화 정책이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면서 "특정 지표나 모델에 치중하는 것도 피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FRB가 시장을 놀라게해서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총재도 1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하나의 지수를 근거로 경기를 단정해서는 안된다"면서 ISM 지수에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ISM 지수 하락에 대해 제조업 재고가 조정되는 부분이 반영됐기 때문에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도 월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제조업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버냉키 의장의 진단과 맥을 같이한다고 저널을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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