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이 자신의 종교단체 교주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보복 폭행을 한 뒤 3년간 해외로 출국했다가 올해 귀국해 어릴 적부터 꿈꿔온 청와대 경호원 시험에 합격, 채용됐으나 뒤늦게 범죄 사실이 들통나 퇴출당한 사실이 3일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모 종교의 열성 신도인 이모(29)씨의 비극은 2003년에 발생한 집단폭력에서 비롯됐다. 그는 동료 신도였던 김모씨가 자신과 함께 다니던 종교단체를 탈퇴한 뒤 안티(anti)단체를 결성해 교주를 모함하고 비방하자 보복하기로 결심했다. 그 해 10월 중순 밤 8시30분께 다른 신도들과 함께 김씨의 집 앞에서 잠복해 있다가 귀가하는 김씨를 둔기로 때려 3주 상해를 입힌 뒤 외국으로 도망가다시피 연수를 떠났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인 김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에 나섰으나 밤에 발생한 사건이라 김씨는 자신을 폭행한 가해자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김씨의 통화내역에 이씨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지만 구체적인 폭행 증거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다른 범죄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 결국 수사는 중단됐다.
미궁에 빠질 것 같았던 이 사건은 한 내부고발자에 의해 풀렸다. 피해자인 김씨 등 안티단체는 사건발생 이후 끈질기게 범인을 추적하던 중 2005년 말 이씨가 소속된 종교단체 내부자로부터 한 건의 문서를 입수했다. 이는 해외에 체류중이던 이씨가 당시 발생한 폭행사건의 주범은 자신이라며 교주에게 용서를 비는 이메일 문건이었다.
김씨 등은 문제의 이메일 문건을 근거로 사건 발생 2년 5개월 만인 올해 3월 검찰에 이씨를 고발했고, 경찰에 배당된 이 사건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이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4월27일 지명수배했던 것.
이후 한 지방 경찰서가 기소중지자 검거기간을 정해 전국 지명수배자 소재지를 파악하던 올해 5월 이씨의 주소지가 `청와대'로 돼 있는 점을 알게 됐다. 경찰은 그 사연을 조사한 결과 이씨가 2003년 말 외국으로 나갔다가 올해 4월3일 귀국해 청와대 경호실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지명수배령이 내려진 이후 20일 동안 청와대 경호실에서 교육훈련까지 받은 사실도 파악됐다.
경찰은 5월16일 이같은 조사 결과를 경호실에 알려 곧바로 면직처리토록 했다. 경호실 관계자는 "이씨가 4월10일자로 경호실 시보(試補)로 임용됐는데 당시 조회할 때에는 지명수배가 돼있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합격처리했고 이후 경찰로부터 연락받고 즉시 면직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 넘겨져 올해 7월과 9월 각각 1, 2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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