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세계 글로벌 3로 도약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온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제철소 건설로 생활터전을 옮겨야하는 주민들의 반대에 토지수용 작업이 당초 일정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지고 있는데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포스코의 현지 직원 3명이 주민들에 억류됐다 풀려나는 등 주민 저항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포스코의 투자사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하고 포스코측도 "인도 사업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반대파 주민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업이 제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 현지 주민들 '찬반 논란속'..반대파 투쟁수위 격화 = 포스코의 인도 사업은 세계 5위의 철광석 매장량을 보유한 오리사주에 오는 2020년까지 총 120억달러를 투입해 연산 1천200만t 규모의 일관 제철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2004년 8월 포스코의 투자제안으로 이뤄진 이번 사업은 인도정부의 지원속에 2005년 6월 오리사주 정부와 포스코간에 양해각서를 맺으면서 본격 추진됐다.
작년 11월 제철소 부지에서 290㎞ 떨어진 곳의 광산 탐사권마저 획득한 포스코는 올해 3월 부지매입, 내년까지 조성공사, 항만공사를 각각 마무리한 뒤 내년 하반기 본공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전체 사업부지 4천에이커중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국유지(1천135에이커)를 제외하고 주민들의 저항으로 더이상 땅을 사들이지 못하고 있다.
반대파들은 이 제철소 건설로 8개 마을에서 최대 2만명이 생활터전을 잃고 이주해야하며 환경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 정부는 일자리 제공, 현금 보상, 이주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들의 반대 시위는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시위와 함께 경찰 진입을 막기위해 진입로에 대나무로 출입문이 설치됐으며 주민들은 여차하면 어린아이를 방패막이로 삼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미 공장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잦은 충돌로 지난 3월까지 5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땅 구매와 관련,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오리사주 고빈다푸르 마을을 방문 중이던 직원 3명이 반대파에 억류돼 '제철소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인질들을 석방하지 않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 풀려나기도 했다.
◇ 정치권 논쟁으로까지 비화..인도정부는 총력지원 태세= 사태가 악화되자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리사 가나 프라사드(OGP)'와 인도공산당(CPI) 등 4개 야당들은 주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오히려 격렬해지자 지난달 18일 만모한 싱 총리에게 서신을 보내 포스코 제철소가 농경지가 아닌 황무지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리사주 정부가 경찰을 동원, 이주를 거부하는 농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중앙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인도 현지언론들은 사업 진척이 늦어지자 포스코가 투자계획을 변경,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다른 국가로 제철소 사업계획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도 중앙정부와 주 정부도 다급해졌다. 주민 반대시위가 지속될 경우 포스코가 사업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가 향후 또다른 외국인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싱 총리는 앞으로 포스코 프로젝트를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방침 하에 지난달 중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각 부처가 사태해결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오리사의 나빈 파트나익 주총리도 지난달초 포스코 부지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치 지도자들과 잇따라 접촉하는 한편 주 정부의 모든 부처와 산하기관들을 독려하고 있다.
◇ 포스코 '노심초사' = 인도 제철소 사업과 관련한 온갖 악성루머에도 불구, 그동안 포스코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구택 회장은 사업 지연에 대한 주위의 우려에 대해 "인도사람 입장에서 인도제철소 사업은 상당히 빨리 진척되고 있다"며 "9월쯤에는 부지매입이 완료될 예정이어서 후반 공정만 제대로 하면 전체스케줄에는 문제 없다"고 말했다.
윤석만 사장도 제3국으로의 이전설에 대해 "인도 일관제철소 사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 방침은 전혀 없다"고 강력 부인한 바 있다.
포스코는 직원 억류사건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억류라기보다는 대화 시도에 가까운 헤프닝"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내심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반대파 주민들에 대한 정부 설득작업이 지연되고 자칫 정부가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불의의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사업이 표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 타이밍을 놓쳐 포스코는 경영전반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제 오리사주와 인접한 웨스트벵갈주에서는 지난 3월 대규모 경제특구(화학단지) 사업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의 시위를 경찰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14명의 시위대가 사망한 후 해당 농지 수용 계획이 보류되고 사업이 백지화된 사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에서 투자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사업이 오랫동안 표류할 기미를 보인다면 포스코도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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