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진의 촉각속 `다음 카드' 주목
"지역당 만드는 신당 반대" "당과 함께할 지 결정해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임기.탈당 관련 언급 이후 여권 전체가 극심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반목과 대치는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서로 돌아올 수 없 는 다리를 건너버린 모양새고, 여당내 친노.반노간 갈등도 심화되면서 여권이 빠른 속도로 분열돼 가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28일 국무회의에서 `임기 발언' 함께 `탈당' 시사 언급을 한 이후 29일 목포 방문에서는 "임기 얼마 안남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30일 비서관 회의에서 "당을 지킬 것"이라는 등 연일 쏟아내는 노 대통령의 정치관련 언급들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식물대통령'이라는 표현까지 감수해야 하는 노 대통령 입장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통해 정치권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이 후 `새판짜기'에 돌입하려는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아세안 + 3' 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내달 3일 이전이나 13 일 귀국 직후에 `히든 카드'를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탈당을 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신당을 반대한다. 말이 신당이지 지역당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 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이 신당 창당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은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지만, 직접적으로 `신당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미 열린우리당은 정기국회 이후 비대위에서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지도부 차원의 방안을 마련해 의원총회에 보고키로 하는 등 신당창당을 기정사실화 해 놓은 상태다. 열린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노 대통령 발언이 소개된 직후 국회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신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결코 지역주의로 회귀하기 위한 지역당을 만들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의원은 "신당이 지역당이면 청와대는 부산신당"이라고 비 판했다. 김근태(金槿泰)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는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다만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자리에서 "이제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당이 뒷받침하는 방식은 끝났다"며 "국민이 우리에게 등을 돌린 것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라는 점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하며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당을 민심수렴의 창구로 인정하고 함께 할 것인지 결정할 시점이 됐다"며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반면 친노직계인 이화영(李華泳) 의원은 "우리당의 창당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 하고 지역주의 청산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라며 "당이 지역주의라는 편의성에 기대 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의 표시"라고 노 대통령을 편들었다.
한나라당 유기준(兪奇濬)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며 "임기를 다 못채우고 중도사퇴라도 할 듯한 비장한 발언으로 국민들을 우려스럽 게 하더니 어제 목포에 가서는 임기가 많이 남아있다며 180도 다른 발언을 했고,
최소한 열린우리당 탈당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를 연출해 놓고 갑자기 끝까지 당을 지킬 것이라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초연한 자세로 정치에서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