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등 주한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재배치하면서 미군의 한국 기본근무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가족도 동반하도록 하려던 미군의 계획이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봉착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던 제109회 미 의회에서 상원 군사위원장을 지낸 존 워너(공화.버지니아) 의원이 한국은 언제 전쟁이 발발할 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라면서 주한미군에게 가족을 동반해 근무토록 하려는 계획에 난색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 상원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상원 군사위에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 근무시스템과 관련, 이제 한국도 냉전시대 구(舊)소련과 대치하던 시절의 유럽과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주한미군 가족동반 근무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벨 사령관은 "내 아들은 핵 무기를 가진 두 개의 러시아 사단으로부터 불과 12마일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다"면서 오래 전부터 유럽근무 미군은 가족과 함께 생활했음을 강조하며 주한미군에도 똑같은 근무체제를 보장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벨 사령관은 오는 2012년까지 한국군에게 전시작전권을 이양하는 것과 동시에 대부분의 주한미군 기지가 후방지역인 평택으로 옮겨질 계획임을 설명하면서 "미군 가족은 북한군의 위협으로부터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벨 사령관은 또 "주한미군 가족 주거시설 건설을 위해 한국 정부로부터 상당액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이 지원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워너 의원은 "냉전시대의 소련 지도부는 합리적이고 조심스럽게 의사 결정을 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믿음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오늘날 북한에선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며 "당신(벨 사령관) 가족이 살았던 유럽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한국상황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워너 의원은 "가족이 함께 있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분석한 자료를 갖고 있다. 24시간 이내에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한반도의 전략적 위기에 대한 재평가를 주문했다.
(워싱턴=연합뉴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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