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해외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 M&A 방지책 도입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면서 재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외국인의 국내 기업에 대한 M&A 투자를 제약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또다른 측에서는 외국인 투자 감소를 우려, 이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는 20일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이 제출한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배경 =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전세계적인 M&A 시장규모는 2003년 1조4천억달러에서 지난해 3조8천억달러로 불과 3년만에 2.7배나 확대됐다.
특히 경제성장이 빠른 아시아지역으로 M&A시도가 늘어나면서 이 지역에 유입된 투기자금만도 2005년 2천억달러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버린이 SK를 통해 불과 28개월만에 9천200억원, 칼 아이칸은 KT&G 주식으로 1년만에 1천500억원, 칼라일은 한미은행 지분 매각으로 7천억원의 단기차익을 실현해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미 98년 5월 외국인의 소유한도(33%)가 폐지되면서 국내 우량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은 대부분 50%를 넘었으며 포스코와 삼성전자 등은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이 60%를 웃도는 상황이다.
일례로 포스코의 경우 아르셀로-미탈의 합병 등 철강업계의 대형화 바람속에 피인수합병설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갔고 우호지분 및 자사주 매입 확대 등 다양한 방어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적대적 M&A 가능성을 벗어나기에는 미흡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입법 준비 =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따라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외국인의 M&A 등 투자행위를 막을 수 있는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과 유사한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그 결과로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은 작년 12월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기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를 규제할 수 있는 '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 투자규제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적용 대상기업을 무기 등 군수물자 및 핵심부품 제조기업, 원자력.정유.철강 등 에너지.원자재 관련 기업 등으로 하고 조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투자철회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어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도 지난달 외국인의 기업 인수합병 등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는 외국인투자조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 등 규제법'을 발의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외국인투자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국내 기업에 대한 인수합법 등 투자가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이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의결권 제한 및 주식 또는 지분의 처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 두 법안은 외국기업의 적대적 M&A로부터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전에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증권거래법.상법.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보다 규제가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선 개정안들은 차등 의결권 제한, 공적법인의 의결권 취득시 사전 심의, 일정 지분 이상 주식 보유자의 공개매수 의무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찬반 논쟁..재계는 찬성 = 이상경, 이병석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대해 정부와 외국계 기업은 반대 입장인 반면 재계는 찬성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산업자원부 윤영선 외국인투자기획관과 옥션의 조주형 대외협력실장은, 외국인 투자자유화에 역행하는 조치로 국제사회의 반발을 살 수 있고 한국투자를 고려중인 외국 기업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서강대 왕상한 교수,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외환위기때 의무공개 매수제도 및 외국인 주식취득 한도 폐지 등 경영권보호 장치가 사라져 국가안보와 국가경제에 중요한 기업이 M&A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첨단기술 유출,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경련의 이 전무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몰두하느라 투자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는 찬성의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나 삼성전자 등 우량기업의 경우 M&A를 규제하는 법률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무분별한 M&A 시도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이유로 드러내놓고 찬성할 수는 없지만 오너 지분이 적거나 지배구조가 취약한 국내기업들은 이심전심으로 대부분 입법화에 동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망 =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제도화 가능성은 속단하기 어렵다.
공청회에 참석한 산자위 관계자는 "아직 여야간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어 입법화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오늘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토대로 앞으로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여야가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직접 규제를 담은 두개의 법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무산되더라도 증권거래법이나 상법의 관련 규정을 강화해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M&A 시도를 제어하는 장치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y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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