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지휘부 없이 전장에 나선 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2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 참가국간 연쇄회동에 참석 중인 천영우(千英宇)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상황을 이 같이 묘사했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 본부장은 북핵 사태 전개의 중대 고비인 이번 베이징 북미 회동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27일 베이징에 도착, 미.중.일 수석대표들과 양자 협의를 갖고 회담 전략을 논의했다.
그러나 반기문(潘基文) 전 외교부 장관의 후임자로 내정된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이 야당의 내정 철회 요구 속에 부임을 못하고 있다 보니 천 본부장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각종 지침을 내려 줄 부처내 지휘부가 없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현지에서 숨가쁘게 전개되는 외교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천 본부장 입장에서는 본부 훈령에 따라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긴밀히 협의하며 훈령을 내려 줄 부처 내 `사령탑'이 없다는 점 때문에 추진력 있게 일을 진행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런 탓에 수시로 본국 외교부의 훈령을 받아가며 협의를 진행하는 다른 나라 대표들과 달리 천 본부장은 현장에서 독자적 판단에 따라 움직여야 할 때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 외무성이 자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지난 26일 베이징으로 보내기 전 그의 중국 방문 사실을 언론에 공식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보였던 반면 우리는 천 본부장의 베이징 방문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채 쉬쉬했던 것도 외교 사령탑 부재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따라서 차기 6자회담이 다음달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외교 사령탑 부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순발력있게 개진하면서 협상 진전에 모종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9.19 공동성명때 정점에 달했던 한국의 조정자 역할이 북한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국면에서 상당부분 위축된 터라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작년 9.19공동성명 채택때 수석대표를 맡았던 송민순 현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장관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임명자가 절묘한 궁합을 이뤄내며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지분을 높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아쉬움은 더 짙어진다.
현재 청와대가 종종 필요한 지침을 베이징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유명환(柳明桓)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장관 대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하루 빨리 후임 장관이 부임해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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