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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첫사랑

"첫사랑이 그렇잖아. 나는 그게 시간의 힘이고, 그 기억의 힘이고, 결국엔 그 추억의 힘이라고 봐. (중략) 추억하는 것의, 추억하는 자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음 하는 거지."(151쪽)


2003년 '서울특별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 김종은(32) 씨의 첫 번째 연작소설 '첫사랑'이 출간됐다.

작가는 자신과 나이가 같고 이름도 비슷한 1974년생 남자 '김정은'을 통해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개팅에 '대타'로 나간 주인공은 상대방 여성과 대화하다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경험한 또는 옆에서 지켜본 여러 사랑을 떠올린다.

소설은 주인공의 경험을 14개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했다. 주인공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에는 추억의 '쫀드기'가 등장하고,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라는 가요가 소제목의 부제로 붙어 있어 추억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제법 있을 듯 하다.

주인공의 기억은 이렇게 펼쳐진다. 주인공은 우선 물건에 마음을 줬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듯 딱지, 구슬, 우표, 껌 종이, 낙엽 등을 열심히 모아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방구석에 쌓아뒀다.

학창시절,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여학생 '희진'을 외면하려던 주인공은 희진이 어느새 자신의 등 뒤에 와 섰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싸움에 휘말린다.

이때 나타나 주인공을 도와준 학교 '짱' 민식은 "나도 뭘 해줘야 될 것 같아"라는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입을 맞췄고, 얼마 후 불쑥 나타난 희진도 주인공에게 입을 맞췄다.

소설에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풀어간 '나'의 이야기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남자와는 사귀지 말라며 자신의 순수한 마음에 목숨을 걸겠다는 편지를 쓰다 연탄가스에 중독된 삼촌이 나오는가 하면, 비밀스러운 관계였던 이웃집 '효숙' 누나와 목사인 '용태 아버지'도 등장한다.

작가는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대타로 나갔던 소개팅 장소로 다시 공간을 옮겨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젠 기억하는 일에 지쳐버렸으니까. 내게 일어났던 일들은 정말이었을까. 그 사람들은 정말 존재했을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말들이, 전부 그들이 했던 말일까."
작가는 에필로그에 "이것은 사랑과 우연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기억에 관한 이야기"라고 적었다.

민음사. 348쪽. 9천500원.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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