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해군 초계함 9척에 아주 특별한 기관총 18문이 설치됐다. M-2중기관총을 가장 최신식으로 개선한 K-6 중기관총. 최대 사거리 6천700m, 1분당 600발 발사가 가능해 함정간 근접 전투시 유용하다. 북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실전에서 사용해 호평을 받아온 주력 총기다.
[김승근 독립신문 편집장] 그런데 이 총을 부여잡고 우는 여자가 있다. 그 총신을 붙잡고 서럽게 울고 있던 이 여자는 누굴까. 바로 3년전 천안함 피격때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다.
해군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을 때도 당당했던 이 여인은 자기 아들의 투혼을 담은 기관총을 부여잡고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해군 장병들은 고 민평기 상사의 투혼의 이어받아 적의 어떤 도발에도 강력히 응징하겠다며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했다.
어머니에게 이 기관총은 아들의 분신. 지난해 6월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어머니는 “1억원은 적은 돈이지만 무기 구입에 사용해 우리 영해와 영토를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적을 응징하는 데 써 달라”는 편지와 함께 사망보험금 1억원에 성금 898만 8천원을 모두 기탁했다.
해군은 어머니의 뜻을 살리기 위해 반영구적이며 적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K-6 기관총 18정을 구입해 천안함과 같은 크기의 영주함을 비롯한 2함대 초계함 9척에 각각 2정씨 장착했다. 전사한 아들의 투혼은 이제 적을 응징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재탄생했다.
누군가 이 총을 잡게 된다면 민평기 상사를 떠올려라. 조국을 위해 싸우다 숨진 그 숭고한 넋과 함께 총을 쏘는 것이다.
기증식에 참여한 200여명의 해군 장병들이 외쳤다. “전우들이 사수한 NLL 우리가 사수한다” 뜨거운 목소리다. 해군 측에 답한 어머니의 뜻은 “모두 아들같은 우리 해군 장병들의 소중한 몸을 지켜주는 기관총이 되길 바란다”는 거였다.
18문의 중기관총. 고 민평기 상사가 채 풀지 못했던 한이 있다면 앞으로 이 총이 대신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무기로서의 가치 뿐 아니다. 해군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워주는 동시에 적을 향해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보낼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
이 특별한 총의 또 다른 이름이 ‘3.26 기관총’이다. 3.26.
벌써 3년이다. 천안함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지. 3월 26일은 천안함 피격일이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백령도 부근 바다에서 해군 2함대 소속 천안함이 북한군의 어뢰를 맞고 두 동강 났다.
함미는 바로 가라 앉았고 이후 11시 30분까지 약 2시간에 걸쳐 함두에 남아있던 생존자 58명을 구조했다.
실종자 46명이 함미에 있을 것으로 보고 차가운 바닷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군은 총력으로 수색작업에 힘썼다. 아시아 최대 수송함이 현장해역에 긴급 투입됐고 UDT대원 한주호 준위가 밤낮없이 작업도중 실신해 후송 치료 중 순직한 일도 발생했다.
수색작업을 돕던 민간 저인망어선 금양98호. 천안함 실종자를 찾기위해 애쓰다 캄보디아 화물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탑승선원 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실종된 46명이 제발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했을 것이다. 그 절실함이 결국 수색작전 중 사망으로 이어지자 결국 실종자가족측은 수색작업 중단을 요청, 해군은 이를 받아들인다.
우리의 아들, 친구, 동생, 제자였을 그들이, 정말 아까운 젊은이들이 제 명을 채우지 못한 채 떠났다. 늠름하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랬지만 숨을 거둔 채 주검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아버지와 어머니 또 애인을 만났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지리한 루머와 괴담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기도 했다. 미군의 오폭이다, 좌초다 등의 해괴한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유명한 서울대 교수는 “천안함은 정부가 적당히 장난치려고 했는데 장난이 너무 심해서 장난이 아니게 돼버린 것”이라 말했고 방송에서 이름을 알린 유명한 강연자는 “정부의 조사결과를 지켜봤지만 0.0001%도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 전문가까지 대거 참여한 민군합동 조사단이 북한의 어뢰로 인한 폭침으로 결론을 내고 공식 발표를 했음에도 불거진 일이다.
당시 아들을 잃은 부모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북한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사회 각층에서 나왔다. 천안함 장병들을 애도하는 목소리로 뜨거웠다. 그때 좌파에서 불거진 목소리가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였다.
급기야 참여연대는 UN안전보장이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신을 보냈고, 이에 유족들은 “우리 아들을 두 번 죽이느냐”며 통곡했다.
그 해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8개국 정상은 북한에게 한국에 대한 모든 공격 또는 적대행위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고 UN안보리도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웃음이나 쳤을까. 북한은 규탄성명이 발표되고 3개월여 지난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 연평도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고 연평도는 포화에 휩싸인 채 초토화됐다.
북한이 우리를 대놓고 공격했을 리가 있느냐고 했던 이들에게 연평도 포격사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그것마저 북한이 그랬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북한 권력층이 어떤 족속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을 통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동안 우리가 잊은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60년 가까이 휴전상태에 있어 잊고 있었지만 북한이 우릴 끊임없이 노리고 있다는 점과 군인들의 노고를 너무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아까운 인물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우리는 이들이 국가와 국민에 바친 헌신과 열정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종북세력들은 천안함에 대해 음모를 제기한다. 그들의 폄하에도 전사한 장병들은 말이 없다.
나는 아비규환의 참담한 상황속에서도 전우들을 구하고. 피눈물을 삼키며 통분을 참았을 우리 용사들과 오열하던 유가족을 회상한다.
종북세력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천안함을 이제 그만 내버려둬라. 3.26 기관총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북한을 도우려는 게 아니라면 이제 그만 그 입을 다물어라.
3.26 기관총을 기증하며 조국을 지키는데 써달라고 말한 어머니는 조국의 방패다. 없는 돈에 아들의 희생에 보답하고 나라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는 방패가 되리라고 마음먹었다. 우리는 이 어머니 앞에서 나라사랑의 길을 배워야 한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고귀한 젊은 영혼을 바친 천안함 영웅들의 영면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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