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했다. 북한이 왜 세계를 상대로 의미없는 싸움을 벌이는 건지. 그러면서도 원래 뒷통수를 잘 치고 돌발적인 행동을 잘하는 북한이기 때문에 이해했다.
하지만 어제 오늘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내용을 보니 김정은이 살기 위해 세계와 맞서려 했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
[독립신문 김승근 편집장] 지난해 평양에서 김정은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지방 시찰 중에 발생한 것도 아닌 평양 시내에서 발생한 사태였다. 작년 11월 중순쯤 내부 불만세력이 움직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영화 ‘작전명 발키리’가 떠오른다. 히틀러 암살을 위한 거사가 실패로 돌아갔다. 역사는 실패만을 기억했지만 그 과정에는 무수한 결의와 다짐들이 있었다. 김정은 제거가 실패했지만 그 시도는 언젠가 김정은 축출의 역사적 배경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즈음 정찰 총국내에서는 총격전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자세한 내막은 아직 보도된 바 없지만 북한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조직들의 싸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작전부와 대외연락부 출신들이 갈등하다 발생한 것이란 전언이다.
총격전과 김정은 위해 시도가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인다. 이로인해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계급이 대장에서 중장으로 별이 두 개나 떨어졌었다고 한다.
김정은 제거 시도가 성공으로 이뤄졌을 경우에는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했겠지만 불행히도 실패했고 김정은은 마음이 급했다.
북한 김정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지난해 12월 12일이었다.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한달도 안 돼 발생한 일이다. 이후 전격적으로 3차 핵실험을 시도하고, 정전협전 폐기 등을 주장하며 한반도를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북한을 주목했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모조리 무시하고 강행했다. 왜 이리 어리석고, 무모한 시도를 할까. 하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제 어느정도 답이 나왔다. 김정은은 살기 위해 세계를 위협했다. 체제를 다지고, 강경파들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김정은으로서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며 다른 한편으론 모두가 뭉쳐야 할 위기상황을 만들며 모든 불만을 덮으려 한 것이다.
김정은에게 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은 내부 ‘계엄령’ 또는 ‘긴급조치’와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농민들은 군사훈련을 해야 했으며, 군부대는 타이트한 대비태세로 눈코 뜰새 없었다. 모든 불만과 적의를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게 향하게 만들려는 의도 역시 강하게 깔려 있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주민들에게 흘렸고 주민들은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전쟁의 불안감에 떨었다.
그동안 북한이 내외적으로 긴장상태를 유지시켜야 했던 이유다.
하지만 임시방편이었을 뿐. 오히려 뚝에 난 구멍은 더 커졌다. 세계를 위협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한다. 군사력에 국력을 대부분 소모한 후유증도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 김정은은 더 혹독한 시련 속에 긴장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 등의 독자적 북한 제재는 물론, 유엔과 EU도 사실상 강도 높은 북한 압박을 시작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의 유일한 생명줄이던 중국마저 등을 돌렸다.
중국이 독자적 대북제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다롄을 통한 북한행 선박을 대폭 제한하고 북한 관련 인프라 공사도 전면 중단됐다. 북한으로선 경제 개혁을 위한 최전선이 무너진 것과 같다.
각종 금융과 무역 제재가 점점 북한 목을 조르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을 모른 체 하고 미사일과 핵 개발에 날려버린 많은 예산도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북한의 4월 보릿고개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평양 간부들마저 식량 배급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군인들은 민간인 상대로 식량 약탈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이제 춘궁기까지 겹치는 4월이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식량난이 예상된다. 국제적 원조가 끊긴 상황에서 그야말로 위기다.
정권을 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족한 충성심과 아직 어린 김정은에 대한 불신, 굶주리는 국민들의 불만이 합쳐지며 북한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제재 때문에 식량 부족분을 수입하는데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며 긴장국면이 길어질수록 곡물값은 폭등해 민심은 최악으로 치닫을 것이다.
지난해 현역군인의 잦은 탈북 사건이 발생한 것도 식량난에 따른 굶주림을 견디다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내부 붕괴는 외부 공격보다 무섭다. 성난 민심에 성냥불 하나만 떨어뜨린다면 이제 도화선을 따라 김정은에게까지 불길이 달려갈 것이다.
이제 명확해진다. 최근 노골적인 위협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은은 반발하는 체제와 군부, 민심이 무서웠다. 부족한 충성심과 배고픈 민심을 충족시키질 못했다.
세습 이후 만든 정책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책임은 고스란히 압박으로 돌아왔고 그 책임을 외부로 돌려야만 했다. 수도인 평양에서 김정은 제거 시도가 있었고, 총격전까지 발생하며 내부 혼란이 찾아왔다.
방법이 없었다. 살기 위해 그는 무작정 세계를 상대로 시비를 걸었다. 모든 문제는 미국과 한국에게 돌렸다.
대외적 압박이 극에 달했음에도 물러날 수 없었던 건 간부와 주민들의 충성을 잡아놓기 위한 처절함이었다.
비상이 걸린 당국과 군부, 주민들에게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실상 강제적으로 취한 긴급조치와 다름 없었다.
이제 4월이면 엄청난 식량난이 몰아닥칠 것이며, 어떤 특별한 수가 없는 한 김정은에겐 그야말로 지옥일 것이다.
우리는 체제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극단의 방법을 쓰는 김정은을 견제해야 한다. 우리의 강경책에 맞서 그들이 눈에 보이는 도발을 하기란 쉽지 않을 테지만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천안함 사태나 EMP 공격과 같은 정체가 모호한 상태의 도발이 가능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지키고 압박하기만 해도 이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 북한의 모든 도발과 위협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이제 북한의 민심과 군부가 김정은에게 총칼을 겨눌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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