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의원 네 명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해서 한국의 애국네티즌들과 정치인들이 저마다 애국충정심을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새라 와글와글이다. 거기에다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맹물 특임장관까지 나서서 마치 웃통 벗고 맞장이라도 뜰 것처럼 씩씩거리고 있다. 글쎄 그 심정이야 이해한다지만 명색이 중진정치인이 겨우 그런 수준의 맞장 대응이라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민으로선 그저 답답하고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아무쪼록 적지 않은 연세에 4:1로 맞장 뜨겠다는 그 용기는 가상하다만 도무지 그게 무슨 대안이나 전략이라도 되는 건지? 돈키호테적인 발상에 아연할 뿐이다. 왜 아니겠는가, 독도까지 갈 것도 없이 차라리 영종도에서 결판내는 것이 어떨지. 엉터리 사극 전투장면처럼 지휘권도 없는 엉뚱한 장수가 먼저 칼을 뽑아들고 고함인지 비명인지를 지르며 적진으로 내달아버리면 도대체 어쩌잔 말인가?
마땅한 수가 없으면 미동도 하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공갈탄 한방에 이리 뛰고 저리 달리니, 전투는 보나마나. 일본 의원들 한국에 건너오지 않고도 이미 전리품 다 챙겼다. 이런 재미를 누가 마다할까? 그러니 저들의 망언 망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아닌가? 그동안은 말로만 떠들었지만 이제부턴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거다.
매뉴얼과 감정의 대결
아무튼 그 일본정치인들이 굳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하니, 억지로 막고 나설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귀한 손님이니 여행에 불편이 없도록 잘 배려하는 것이 예의지국의 도리일 것이다. 고만 일로 애국심 증명하겠다고 떼 지어 성토대회 열 것까진 없을 뿐더러 공공기관까지 나서 필요이상 신경을 곤두세울 일도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관광지를 찾아준 고마운 손님이니 그에 걸맞는 대접이면 족할 것이다.
그래도 불편 없이 울릉도에 갈 수 있도록, 혹여 있을지 모를 시위로 인해 방해받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울릉도에 도착하면 울릉군수가 나서서 귀한 손님들 잘 응대하면 된다. 돈키호테 장관보다야 해당 군수의 따뜻함이 여행객에게는 더 고마운 법이다. 그리고 내친 김에 독도까지 구경할 수 있도록 군수가 직접 안내하면 더욱 좋겠다. 물론 이때에는 함께 따라온 기자들은 제외시키고, 또 군사지역이니 함부로 사진 촬영 못하게 하고 계획된 소란이나 난동 못하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독도에 가거든 독도수비대원들과 함께 기념사진 찍어서 그중 제일 예쁜 사진 한 장 골라 크게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선물하면 더욱 좋겠다. 당연히 사진에는 ‘환영, 일본 아무아무개 의원, 독도방문 기념, 울릉군수 아무개 증’이 씌어져 있어야겠고, 이를 아주 크게 확대해서 울릉도 여객터미널 잘 보이는 곳에 한류스타 사진들과 함께 걸어두고 곧이어 몰려올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자랑하란 말이다.
아무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는 일본의 정치인들의 속셈을 누가 모르겠는가. 당연히 그 일본의원들 울릉도에서 일장기 흔들고 독도까지 가겠다고 생쇼를 벌일 것이다. 그때마다 말리지 말고 오히려 여객터미널에서부터 주민들 모두 나와 일장기와 태극기를 한꺼번에 흔들어 그네들의 이벤트를 희석시켜버리면 된다. 내친 김에 독도까지 구경시켜 주되 군데군데 대형 태극기를 미리 꼽아두고 함께 일장기와 태극기를 흔들어주면 된다.
영어로 된 “웰컴투코리아”현수막을 배경으로 말이다. 어느 나라에나 소영웅이 되고자 하는 돈키호테는 있는 법, 열불내서 성토대회 열거나 맞장 뜨자고 하는 것은 똑같은 소영웅주의일 뿐이다. 그건 하수(下手) 중의 하수다. 그들도 그걸 노리고 오겠다는 거다. 울릉도에 갔다가 뺨이라도 한 대 맞고 오면 그 순간 그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저 대범하게 대해주면 그만이다.
정치는 엉망으로 하면서 무지(無智)의 기름으로 우국충정에 불타는 여의도 돈키호테 의원님들, 정히 영웅이 되고 싶으면 그들을 울릉도나 독도에서 맞이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와 때를 맞춰 일본으로 건너가 한번 겨뤄보라. 그런다 해도 역시나 제발 좀 전략적이길 바란다. 큰 소리 친 장관이나 국회의원들, 이번 기회에 가족들과 보좌관들 데리고 쓰나미와 원전사고로 관광산업을 망친 센다이현으로 여름휴가 다녀오길 바란다. 각종 의원 세미나나 연수교육도 이왕이면 그곳에서 가지되 독도란 말은 입 밖에 내지도 말고 그냥 즐겁게 다녀오란 말이다.
대기업들도 사원 단합대회를 일본에서 가지고, 대학생들도 이왕 여름휴가나 봉사가려면 센다이현으로 가길 바란다. 저렴한 비용으로 과분한 대접받을 것이다. 예전 중국의 싸스유행 때처럼 까짓 허용치 근처의 방사능에 몸 사릴 한국인이 아니다. 이젠 더 이상 그만 일로 냄비 끓듯 비분강개하는 한국인이 아니란 것을 몸소 보여주고 오란 말이다. 물론 영토문제는 국가의 해당기관에서 법적으로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애국 시민들까지 나서서 그때마다 파르르 거품 물 것까진 없다.
돈키호테는 이제 그만
그리고 해당 지자체는 이런 기회를 왜 놓치는가? 영토문제는 영토문제일 뿐, 어떻게 해서든 일본관광객 끌어들여 관광수익 올릴 궁리부터 먼저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가? 일본관광객 몰려온다고 해서 독도 뺏기는 것 아니다. 적극적으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라. 독도를 자기네 섬이라고 우기는 시마네(島根)현과 끊긴 자매결연 다시 맺어서 그쪽 단체관광객 많이 데려오란 말이다.
아마도 일제시대 때에도 일본정치인이 독도를 방문한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 그들이 온다면 독도를 방문한 최초의 일본 정치인들일 것이다. 이런 일이 언제 또 오겠는가? 한류를 울릉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원래 실리에 밝은 일본인들 아닌가. 이런 기회에 우리도 너그럽게 웃으면서 실리 좀 챙기자. 왕서방 흉내 좀 내보잔 말이다.
정부 역시 이 일본의원들 울릉도나 독도 방문을 막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포항-울릉도-독도-시마네현을 연결하는 크루즈투어도 신설하자고 제안하라. 포항보다 속초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금강산도 가깝고 서울로 넘어오기도 좋고. 힘들게 돌아오지 말고 배 한 번 타면 곧장 올 수 있게 말이다.
그러면서 울릉도에 편의시설 확충하고, 독도에 접안시설과 기상악화에 대비한 임시(!)숙소를 점차 늘려나가면 된다. 아무렴 무지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 그게 다 비상시에는 군사시설 아닌가? 억지에 논리가 통하랴. 매뉴얼 짜가지고 덤비는 적에 대해 감정적 즉흥 대응은 금물. 더 뻔뻔해져야 한다. 이쪽에서도 대응매뉴얼을 만들어 똑같이 상대해주면 그만이다. 겁먹지 말고 길게 보고 당당하고 담담하게 대하라.
덧붙이지만 이참에 울릉군을 카지노시설까지 갖춘 관광특구로 만들었으면 싶다. 지중해의 섬들처럼 ‘동해의 작은 진주’(큰 진주는 제주도)로 만들어 전세계에 홍보하잔 말이다. 한, 러, 중, 일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다. 일본인들 망언할 때마다 혈압 올리지 말고, 그들을 오히려 관광객으로 불러들이고, 동해를 지나는 모든 크루즈선들이 즐겨 찾는 낙원의 섬으로 개발하잔 말이다. 일본인 관광객들 많이 오면 올수록 그들의 배앓이는 깊어만 갈 것이고 울릉도 주민들 지갑은 두꺼워질 것이다.
울릉군수는 지금 당장 그 일본 정치인들에게 울릉도 및 독도 방문을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라. 일본인광광객을 위한 ‘독도방문확인증’도 발행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라. 널리 홍보해서 일본 관광객들이 울릉도와 독도를 많이 찾도록 해야 한다. 어찌 알겠는가? 제주도에 중국관광객 몰리듯 덩달아 울릉도에 러시아 관광객들까지 몰려올지. 만약 운이 좋아 그들이 호언한대로 방문해준다면, 울릉군수는 이 다음 총선에서 국회진출은 따 놓은 당상이 될 것이다.
돈키호테식 의분으로 일본의 소영웅들을 내쫓는다는 것은 너무 유치한 코미디, 차라리 소원대로 그들을 진짜 돈키호테로 만들어 주란 말이다. 그런 걸 두고 매뉴얼 대 매뉴얼 싸움이라고 하는 것이다. 전장에선 맞장 뜨기 좋아하는 장수 밑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불행한 일이다. 제발이지 한국 드라마도 이젠 좀 달라져야 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돈키호테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지 말란 말이다.(글/신성대 경기데일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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