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곡성의 독립운동을 이끌어가다 고문 살해된 조병순 선생은 천석꾼의 부자였는데 선생의 가문이 본래 부자였지만 일제가 조선을 강제 병합시킨 후 경제적으로 압살하기 위해 조선의 토지들을 사들이는 일본인들에게 헐값에 팔리는 논밭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과 선생의 대를 이어 독립운동을 이끌어간 후손들은 사들인 논밭을 소유하지 않고 다시 그 주인들 즉, 농부들에게 이자 한 푼 없이 나누어 주고, 몇 해가 걸리든 논 값을 나누어 갚도록 배려하여 일본인들의 침탈로부터 우리의 땅을 지키고 농부들을 살려냈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부자이며 자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보여준 모범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날 천박한 자본가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김병기 서울보증 신임 사장이 21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생계형 서민 채무자를 위한 특별채무 감면 방안을 통해 생계형 채무자 19만명의 연체이자를 100% 탕감해주고, 원금도 30~50% 감면키로 한 것은 진정한 자본의 의미를 모르는 소치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갚을 방법도 없고, 서울보증보험에서는 받아낼 방법도 없고, 채권자 스스로 진즉에 받기를 포기한 채무에 대한 의미 없고 형식적인 악어의 눈물이지만, 그래도 악성 채무에 죄인으로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쥐구멍에 드는 희망의 볕이라는 긍정적인 구석은 있다.
그러나 이웃의 빚보증을 섰다가 파산하고 자살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 돈을 구경도 못해본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그 악성 채무를 떠안고 태어나 신용불량자로 살아가고 있는 눈물겨운 일들을 우리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빚의 대물림 제도가 과연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것인지, 이제야말로 정부가 나서서 생각해보고 국민적공감대를 형성하여 재정비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여 서민들의 빚 탕감에 정부가 나서기를 권한다.
무릇 정치라는 것은 예로부터 나라를 잘살게 하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데 국민들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악성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과연 옳은 것인지, 무엇보다도 20만 명이라는 국민들이 악성 빚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굴욕스러운 삶을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 행복과 대국민 사기진작의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서 검토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모르긴 해도 신용불량자가 되어 위축된 삶을 살면서 일상의 경제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는 이들 생계형 서민들을 자유롭고 살맛나게 하여 움직이게 하는 것이 국가 경제 진작(振作)에 훨씬 더 효과가 있고 가치가 클 것이다.
지난 세월 김대중은 물론 노무현과 이명박 정권에서 부도덕한 기업들에게 쏟아 부은 국민들의 혈세가 얼마인가?
여기에 비하면 생계형 서민 채무자를 위한 특별채무 탕감은 한마디로 조족지혈(鳥足之血) 새 발의 피다.
생계형 서민들에 대한 채무 탕감에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은 역대 정권들이 부도덕한 기업들에게 쏟아 부은 공적자금이라는 국민혈세부터 따져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갚을 방법도 없고, 서울보증보험에서는 받아낼 방법도 없고, 이미 채권자 스스로 받기를 포기한 채무에 대한 의미 없고 형식적인 악어의 눈물로는 안 된다.
만일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면, 최소한 이웃을 위한 선의 즉, 타의에 의해 빚보증이라는 악성 굴레에 갇힌 사람들만큼은 전면 탕감으로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이제야말로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 행복과 대국민 사기진작의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서 검토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글/ 박혜범 데일리안광주전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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