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8회 연재를 지속한 IP세대론에 대해 71년 이하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필자가 직접 평가를 하게 되었다. 동아일보의 기사와 별도로, 필자가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실크로드CEO포럼은 앞으로도 동아일보와 지속적으로 IP세대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개발할 예정이다.
1. IP세대와 그 바로 윗 세대인 386세대를 구분짓는 시대적 시기는 정확히 어디로 보는 것이 좋은가?
- 73년생이 성인이 되는 1992년도에 세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동구권이 무너지고 세계화를 표방하는 문민정부의 출범, 인터넷의 전신인 사설 BBS 통신망의 대중화, 한국의 대중문화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서태지의 등장이 그것이다. 이 때 성인 된 70년대생들은 그 이전의 386세대와는 분명히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
2. 그렇다면 1993년-1996년까지 광품처럼 몰아붙였던 신세대론과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 세대 자체의 특징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신세대론은 386세대 광고기획자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386세대 좌파 문화운동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유포시켰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70년대생들을 386세대의 목적으로 띄운 것이다.
그뒤 2000년 들어 한국의 인터넷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하고,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본까지 점령하는 한류현상이 가속화되었다. 또한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며 대한민국의 세계 위상 자체가 높아졌다. 그 사이 IP세대가 성장을 하게 되면서 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설익은 세대를 띄우는데 바빴던 신세대론은 어쩔 수 없이 젊은세대를 오직 소비의 주체로만 묘사한 반면 지금의 IP세대론은 생산의 주체로 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 같다.
3. 대한민국의 위상의 변화가 젊은세대 개개인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본적으로 신세대론 역시 캐나다와 미국의 X세대, 일본의 신인류 등을 표절한 서구지향적 담론이었다. 그러나 IP세대론으로 젊은세대를 관찰한다면, 이러한 선진국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오히려 우리 젊은세대 스스로 전 세계 곳곳에 나가 IT와 대중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386세대가 대한민국을 미국의 신민지로 규정하면서 한미FTA 등 경제와 문화개방 저지를 목표로 삼는 반면, IP세대론으로 보자면 오히려 한국의 젊은세대의 미래를 위하여, 미국은 물론 아시아의 더 많은 기업과 문화를 수용하여 전 세계의 젊은세대 네트워크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미국의 팝을 몰래 숨어듣던 386세대와, 아시아 전 지역에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IP세대의 세계관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IP세대가 사회 리더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취업난에 시달리며 88만원세대론이 젊은 세대론의 주류이지 않은가?
- IP세대론은 지금 현재의 젊은세대의 현실만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인터넷, 글로벌, 대중문화라는 젊은세대만의 장점이 충분히 있고, 이를 더 확산시켜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토록 뛰어난 한국의 IP세대가 현실적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따라야 한다.
88만원세대론은 오히려 이러한 고착화된 구조를 정당화하고 오직 정규직 취업만을 대안으로 내세우면서 젊은세대를 386세대에 영원히 지배받게 될 거라 말하고 있다. <88만원세대>의 상당 부분은 386세대의 위대함만을 역설하고 있다. 신좌파 386세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유포시킨 88만원세대론은 IP세대 스스로 폐기시켜야 한다.
5. IP세대가 386세대에 비해 사회적 리더로 성장하는 속도가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1차적으로는 386세대의 패거리 기득권 때문이다. IP세대는 386세대와 달리 조직이나 패거리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는 패거리 문화로 작동되고 있고, 이를 386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대중문화 평론의 경우 아시아 곳곳의 대중문화와 한국의 대중문화를 비교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비평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른 IP세대가 많다. 그러나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있는 한국 문화판에서 이들은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386세대가 학계와 언론계를 장악하면서 밑의 세대의 진출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IP세대가 장점을 갖고 있는 인터넷과 대중문화 영역의 산업이 선진화되지 못했다. 이 역시 386세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인터넷과 대중문화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보다는 포털이나 문어발 연예기획사 같은 독과점 기업을 권력화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이런 독과점 구조에서는 IP세대의 시장 진출이 막힐 수밖에 없다.
또한 다양한 세계 문화와 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도 IP세대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히자만 좌파 386세대가 이를 철저히 막고 있다.
6. IP세대론이 몇몇 잘나가는 젊은 세대에만 초점을 맞춰, 실제로 취업조차 하지 못하는 다수의 젊은세대의 모습을 외면한다는 비판은?
- IP세대론은 특정 상류 계급만을 위한 세대론이 아니다. 글로벌, 인터넷, 대중문화라는 코드는 계급에 관계없이 IP세대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의 요소이다.
예를 들면 상류층의 IP세대가 일찌감치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을 가서 글로벌 감각을 익혀, 외국계 기업에서 활동할 수도 있으나, 또 다른 IP세대는 자발적으로 몽골이나 필리핀 등에 IT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아시아를 기반으로 창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최상류층이라는 대기업 3세 혹은 4세라 하더라도 그 어떤 계층의 IP세대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IP세대론은 모든 계층의 젊은세대를 통합하여, 사회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협력 등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IP세대론으로 청년실업문제를 조명한다면, 이토록 뛰어난 IP세대가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현재의 경제구조 개혁을 내세울 수 있다. 활발한 창업이 어려운 현실 말이다.
7. IP세대론은 역시 창업이나 활발한 해외진출이 주요한 정책이 될 것 같은데?
- 90년대 후반 벤처창어붐 역시 386세대가 주도했다. 그러다 이들은 포털을 독과점시키는 등의 과오를 저지르며 창업시장을 위축시켰다.
IP세대가 중심이 되어 산업화 시대, 90년대 벤처 시대에 이어 3세대 창업붐을 조성한다면, 우선적으로 인터넷과 대중문화 시장의 선진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시장 선진화가 되지 않으면 어떤 창업도 성공할 수 없다. 인터넷이라면 포털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저작권 보호에 나서야 하고, 대중문화라면 계약의 투명화 등 다양한 정책이 있을 수 있다.
8. 실크로드CEO포럼을 소개한다면?
71년생 이하의 기업가들의 경제단체이다. 대부분 인터넷이나 대중문화 관련 기업들이다. 우리는 회원사들끼리 상호 협력하며 기존의 기업을 성장시킬 뿐 아니라 다양한 창업 및 시장 활성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KTV와 함께 <청년창업시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매주 수요일 저녁 10시마다 청년창업 정책을 알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세대조직으로서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IP세대를 네트워크로 연결시켜, 인터넷과 대중문화를 매개로 하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열어나가겠다는 취지로 실크로드CEO포럼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내년 초에 IP세대의 성장을 위한 모든 것을 논하기 위한 대규모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실크로드CEO포럼은 2030을 '실크세대'라는 명칭을 쓰지만, 이는 역사적 공간적 개념이므로, 창조적 생산자로서의 개념으로 IP세대를 병행해서 쓸 예정이다.
9. IP세대의 성장을 위해 언론이 해야하는 역할은?
- 신문이나 방송할 것 없이 언론의 보도를 보면, 취업을 위해 도서관에 있던지, 아니면 촛불 들고 광화문에 나오던지, 이 두 가지의 젊은세대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구로와 가산의 디지털단지만 해도 수많은 젊은 기업가들이 휴일도 없이 뛰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으니 IP세대의 잠재적 가능성을 다들 모르는 것이다. 특히 여전히 386세대 논객들이 주류인데, IP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젊은 칼럼니스트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또한 2000년 이후 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수많은 젊은세대가 한국의 IT 기술 등을 배우러 들어오고 있다. 이들 역시 IP세대이다. 이런 외국의 젊은세대의 모습도 자주 알려주어야 한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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