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주택공사가 공개한 아파트 분양원가에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명색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이 분양원가 대비 30%가 넘는 폭리를 챙겼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주택공사는 민간 주택건설업계와 함께 분양가 뻥튀기를 주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도대체 감독을 어떻게 했길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주택공사는 작년 6월과 8월 경기도 고양 풍동지구 2,3블럭 1천270가구와 화성 봉담지구 5,6블럭 1천616가구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고도 지금까지 버티다 판결의 이행을 강제하는 신청이 접수되고 나서야 마지못해 분양원가를 입주민들에게 통지했다. 주택공사는 풍동지구에서 분양원가 1천946억 원에 분양가 2천594억 원으로 분양원가 대비 수익률이 33.3%에 달했고 가구당 5천102만 원을 챙겼다. 특히 풍동 2블럭은 분양원가 1천310억 원에 500억 원을 남겨 무려 3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민간 업계의 수익률 10~15%의 두세 배도 넘는 폭리다. 주택공사가 이 정도라면 민간 업계의 분양가 뻥튀기가 어느 정도인가는 보지 않아도 훤하다. 게다가 풍동지구 입주자들은 여태껏 공개가 미뤄졌고 자세한 산출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 공개된 분양원가마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양원가 2천645억원에 분양가 2천774억원으로 수익률이 4.9%인 화성 봉담지구 5, 6블럭과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야 하는지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주택공사는 "분양가를 시세나 민간 주택에 비해 과도하게 낮게 책정할 경우 입주자가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투기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지만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밖에 안 된다. 주택공사가 적정 가격으로 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민간 업계와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뻥튀기해 놓고 이제 와서 엉뚱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부동산에도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제한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택공사가 토지비, 건축비, 기타 부대비용 등의 세부 내역을 입주민에게만 통보하고 "원고측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황당한 논리로 언론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나 대법원에서 패소한 뒤 2002년 이후 일반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히고도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고 국토부도 "조만간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분양주택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국민임대주택 건설, 다가구 매입, 전세 임대, 소년소녀가정 전세 지원 등 막대한 손실 발생이 불가피한 공공적 성격의 주거복지사업에 교차보조 형태로 재투입한다는 변명 역시 군색하기 짝이 없다. 그런 사업이라면 당연히 재정에서 부담해야지 특정 지역 분양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워서 재원을 마련할 일이 아니다. 설령 주택공사가 그런 사업을 대행한다고 해도 그 내역을 당당히 밝히는 게 정도다. 그래야 원가보다 훨씬 비싼 분양가를 부담하는 입주민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택공사는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사태를 모면하려고만 들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어느 길이 진정 국민의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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