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세원 나확진 기자 = 서울대 교수 10명 가운데 4명 꼴로 국내 다른 사립대학의 스카우트 제의에 응할 의사가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그동안 사립대의 공격적인 인재 유치 전략에 맞서 서울대가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온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김완진 교무처장은 29일 설문결과에 대해 "사립대는 우수 교수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있지만 서울대는 교수들에게 기본적으로 동일한 처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사립대는 자체 기준에 따라 보수를 책정하거나 연봉제와 성과금제 등을 도입해 교수들에 대한 차등적 지원을 할 수 있지만 국립대인 서울대는 교육공무원법과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정해진 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인재들을 골라 맞춤형으로 대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근무환경을 보더라도 외부 인사가 서울대 교수를 겸할 수는 있으나 서울대 교수가 다른 학교 교수를 겸직할 수는 없으며 연간 학기 중 해외 출장일수가 15일로 제한돼 있는 등 외국 대학과의 공동 연구 활동에도 제약이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설문에서 스카우트 제의에 응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온 경제학부에서는 실제로 최근 몇년 간 교수들의 이직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외국 대학에서 겸임 근무를 제안받았으나 학교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자 국내 사립대로 자리를 옮겼으며, 안식년을 이용해 영국계 은행에서 전략가로 활약하던 또 다른 교수는 안식년이 끝나자 정년이 보장된 서울대 교수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학부 관계자는 "외국 대학으로 가는 경우 3배 이상의 보수를 받는 경우도 자주 있고 학문적 전망도 더 밝은 경우가 많다"며 "교수 시장 자체는 이미 글로벌화됐기 때문에 외국만큼 보상해주지 않으면 인재를 붙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외국 명문대뿐만 아니라 국내 사립대학의 적극적인 인재 유치 노력도 서울대 교수들의 `사립대行'을 부추기고 있다.
이화여대는 석좌 교수제를 적극 활용해 유능한 교수를 초빙, 파격적인 보수와 연구환경을 보장해 주고 있으며 2006년 서울대에서 옮겨 간 최재천 교수를 비롯, 10여명이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도 한 때 석좌교수제를 만들었지만 황우석 전 교수가 최초의 석좌교수직을 박탈당한 뒤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초빙석좌교수로 왔을 뿐 사실상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 서울대 교수 8명이 다른 학교로 옮겼다.
서울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교수 특채 규정을 새로 적용하고 외국인 교수 채용시 단대별로 매칭 펀드 등으로 부족한 보수를 메우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부터 인사혁신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우수연구교수제와 강의우수교수제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으며 여기에는 평가 및 포상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돼 있다.
김 처장은 "올해 안에 서울대 교수가 파견 형식으로 외국대학에 초빙교수 또는 석좌교수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 교수와 공동연구를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등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보수 관련 규정은 아직 법에 묶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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