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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숨겨오다 우뚝서는 '굴기' 전략으로 바꾼듯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칼날을 숨기고 있겠다는 '도광(韜光)'의 외교전략을 버리고 '굴기(굴<山+屈>起)'를 본격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티베트 시위사태와 올림픽 성화봉송 논란에서 보여지듯 중국 정부는 시위, 선전, 외교 등을 통해 전방위에서 서방 선진국들의 주장과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은 최근 서방의 티베트 독립지지 움직임과 성화봉송 방해시위를 외교부와 관영 언론매체를 통해 강력 항의하는가 하면 중국 전역의 반서방 시위를 통해 분노의 뜻을 전하고 있다.

친(親) 티베트 의사를 밝힌 국가나 도시, 기업, 인사들에 대해선 불매운동, 교류 중단 등을 통해 '보복'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24일 프랑스측 특사에게 "최근 파리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비우호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는 중국인들의 감정을 해치는 것이고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놨다.

중국의 강력한 반격에 주춤한 서방은 중국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특사를 보냈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불참방침을 철회, 오는 8월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중국대사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비단 티베트, 성화봉송 문제에서 뿐 아니라 중국은 올림픽을 계기로 국가적 위상을 전 세계에 선양하면서 경제, 군사, 과학기술 측면에서 미국에 맞서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막강해진 경제력과 군사력을 등에 업은 국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보여진다. 근세기 세계를 움직여온 서방 선진국에 더이상 기를 제압당하지 않겠다는 반발심도 작용하고 있다.

이는 하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이 100년간 고수해야 할 원칙으로 제시했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전략이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된다.

덩샤오핑은 도광양회 원칙과 함께 절부당두(絶不當頭·절대 우두머리가 되선 안된다) 유소작위(有所作爲·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함축적인 외교전략을 제시했었다. 저우언라이(周恩來)의 '후발제인(後發制人·한걸음 물러서서 유리할 때 적을 제압한다)'의 군사전략 원칙도 비슷한 논리다.

그러나 후진타오를 위시한 중국 4세대 지도부는 개혁개방 30주년을 맞아 치러지는 올림픽을 계기로 이런 외교 전략의 선회를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이들 지도부는 평화 속에 우뚝 서겠다는 '화평굴기(和平 굴<山+屈>起)' 외교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화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중국의 국위와 국익을 선양하는데 최우선점을 두고 있다.

홍콩의 중국문제 평론가인 린허리(林和立)는 "중국은 당초 올림픽 개막식에 세계 각국 200명의 정상을 참석시키는 것으로 전 세계가 중국에 '조공'을 받치려 한다는 이미지를 꾸미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5대륙을 모두 거치는 올림픽 성화봉송로도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전 세계에 투사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중국의 최근 움직임에는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미국에 맞서는 군사대국으로서 올림픽을 세계에 '준(準) 슈퍼파워'로서 내세우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중국은 아직 국제 무대에서 큰소리를 낼 때가 아니고 도광양회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외교전문가들의 주장도 최근 거세진 중국의 민족주의 열기에 묻히고 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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