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온라인 경매사이트와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정보 유출, 청와대 전산망 해킹 시도에 이어 유선통신업체 전ㆍ현직 간부들이 수백만 명의 고객정보를 불법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이 정보보호 분야에서는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을 믿고 제공한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 등이 줄줄이 새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면 소름이 돋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기업들의 컴퓨터가 해킹당해 주요 정보와 기술이 경쟁국이나 외국기업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더욱이 유출된 게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밀이라면 어쩔 것인가.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의 정보보호 의식과 수준이 대폭 강화돼야 할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내 63개 온라인 업체의 회원가입 절차와 개인정보 활용 동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업체들이 이용자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원 가입을 못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입수한 고객정보는 대리점이나 제휴사 등 제3자에 무분별하게 제공되고 신상품 소개 등 상업적으로 이용된다. 고객을 봉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고객 600만 명의 개인정보 8천500만 건을 전국 1천여 개 텔레마케팅업체에 제공한 하나로텔레콤의 경우는 추악하기까지 하다.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고객정보를 통채로 넘겼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카드회사나 보험사 등의 전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해커들의 공격은 민간과 공공 부문을 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확인된 민간기업의 해킹 피해는 2만2천 건에 육박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는 전년도보다 80% 가량 증가한 7천500여 건에 달했다. 국가의 심장부인 청와대 전산망까지 노출됐다면 문제는 여간 심각하지 않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첨단기술이 해킹당해 고스란히 외국으로 넘어가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정보보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도 날로 지능화ㆍ조직화하는 사이버 공격을 막아 내려면 정부 차원에서 우수한 정보보안 전문가(화이트 해커)를 양성하고 범국가적으로 사이버 안전에 대한 일원화된 관리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미래전(戰)은 해킹전'이라는 말도 있다. 정부와 기관, 기업은 보안투자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 보안을 낭비라고 봐서는 곤란하다. IT 산업이 보안문제로 좌초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국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몇 천만 원의 과태료나 벌금 부과로는 실효성이 없다. 주민등록번호 대신 아이핀(인터넷 신원확인 번호)으로 대체하거나 인터넷 기업이 주민번호를 아예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시급하다. 개인 역시 내 정보는 스스로 지킨다는 자세로 방화벽과 백신 프로그램 설치, 아이디와 비밀번호 변경에 신경써야 한다. 자신의 정보를 불법 이용한 업체에 대해서는 집단소송 등의 방법으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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